여성공천 약속

임병호 논설위원 bhl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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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초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발효됨에 따라 6·2 지방선거부터 국회의원 선거구마다 광역·기초의원 중 1명 이상을 여성으로 공천하는 게 의무화됐으나 무위로 끝날 것 같아 걱정스럽다. 한나라당은 서울 3곳, 경기·부산 각 2곳, 나머지 시·도 각 1곳 이상에서 여성 기초단체장을 전략 공천하기로 했다. 하지만 지역당협위원장들의 반발로 결정을 짓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용인시장의 경우 여성전략공천지로 선정했으나 예비 후보들의 반발이 심하다. 민주당도 인천 부평구청장 후보로 여성을 1명 전략공천하기로 했을 뿐이다.

 

지방선거는 주민들에게 직접 영향을 미치는 생활정치를 실현하고, 지역살림을 이끌어갈 일꾼을 뽑는 자리다. 따라서 여성 후보에게 거는 기대도 크다. 하지만 광역·기초 여성의원 비율은 14.7%에 불과하다. 현재 16개 광역시·도단체장 중 여성은 없다. 전국 기초단체장 228명 중 여성은 구청장 3명과 군수 1명뿐이다.

 

인구의 절반이 여성이지만, 이렇게 지방자치에 참여하는 여성정치인 숫자는 미미하다. 한국 경제가 세계 10위권이고,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주최할 정도로 한국의 위상이 높아졌다고 하지만 한국여성의 정치적 지위는 아직 열악한 수준이다.

 

현 내각 장관 16명 중 여성은 전재희 보건복지부 장관과 백희영 여성가족부 장관, 단 2명이다. 400여 여성단체가 참여하는 범여성계 연대조직인 ‘2010 지방선거 남녀동수 범여성연대’는 최근 기자회견을 열어 당선가능한 우세지역에 기초단체장 20%를 여성으로 전략공천하고, 선출직 30%를 여성에게 할당할 것을 각 정당 지도부에 촉구했지만 반응이 미온적이다.

 

6·2 지방선거에 나서려는 대다수의 여성후보들은 “본선보다 공천이 더 어렵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후보가 될 경우 당선을 자신한다.

 

“승산이 있는 여성 후보가 없다”거나 “당내 반발이 심하다”는 각 정당의 해명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6·2 지방선거가 여성의 정치 참여를 확대하고 남녀평등사회로 갈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도록 여성공천 확대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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