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판

‘선거판에서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 6·2 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지역선거7판에서 나오는 말이다. 지방선거는 지역성 밀착이 국회의원이나 대통령선거보다 훨씬 강해 이해관계가 복잡하기 때문이다.

 

소속 정당 간 관계도 있지만 학연·지연·혈연 등 관계가 복잡하게 얽히고 설켰다. 이외에도 지인 간에 얽힌 패거리가 있는가 하면 이해관계가 설킨 집단이 또 있다. 그런데 이런 복잡다단한 관계 설정이, 돌아가는 선거판 형세 따라 뭉쳤다가 헤어졌다 하는 것이 무상하다.

 

‘이목지신’(移木之信)은 사마천이 쓴 사기(史記)에 나오는 고사다. 중국 전국시대 진나라 효공 때 민심이 흉흉하여 서로 믿지 못하는 불신 풍조가 팽배했다. 한번은 관아에서 높이가 30자나 되는 거목을 남문에 세워놓고 이를 북문에 옮겨놓는 사람에겐 돈 십금을 주겠다고 방을 써붙였다. 그러나 옮기는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이번엔 거목을 북문에 세워놓고 남문으로 옮기면 오십금을 주겠다고 했으나 역시 옮기는 사람이 없었다는 것이다.

 

선거판의 불신 풍조가 고사의 ‘이목지신’과 비슷하다. 같은 정당에도 상대 정당보다 더 해로운 사람이 있는가 하면, 같은 학연 또는 지연이나 심지어 혈연 간에도 적이 있는 것이 선거판이다. 이해관계 따라 이합집산을 일삼기 때문이다.

 

이들은 서로가 자신을 배신했다며 상대를 비방한다. 자기가 잘못했다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 ‘시어머니 말 들으면 시어머니가 옳은 것 같고, 며느리 말을 들으면 며느리 말이 옳은 것 같다’는 옛말과 같다. 그러나 옳고 그름이 없는 것은 아니다. 사리를 어기거나 거짓말을 하는 경우가 없지않아 있다.

 

하지만 선거판의 불신 풍조는 선거꾼들 다툼이다. 이런 다툼이 공식후보 등록일이 다가올수록 더 심해질 조짐이다. 예를 들면 후보 단일화도 조사 내용에 부정이 개재됐다면서 불복할 수도 있다. 각급 지방선거 후보와 이들 세력의 ‘이전투구’가 공명선거를 해치지 않을까 걱정이다.

 

지방선거는 지방자치의 축제가 돼야 한다. 한데, 현실은 지역을 갈래갈래로 분열시키는 재앙이 되고 있다. 투표는 이에 옥석을 가리는 유권자들의 책임 이행이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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