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학교

임병호 논설위원 bhl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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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학교’ ‘좋은 아버지가 되려는 사람들의 모임’ ‘딸을 사랑하는 아버지모임’ ‘행복한 아버지학교’ 등 아버지들의 모임이 활발하다. 각 기업체에서 아버지 강좌를 열고 교도소에서도 재소자들을 위한 아버지 강좌를 연다. ‘고문 기술자’로 불렸던 이근안씨는 여주교도소에서 운영하는 아버지학교에 참석한 뒤 신학대학에 입학했다.

 

2005년 천주교 수원교구에서 처음 시작돼 대전·제주·청주교구 등 전국의 교구로 확산된 ‘성 요셉 아버지학교’는 천주교 가정사목의 중요한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1995년 10월, 63명의 아버지들을 대상으로 문을 연 서울 ‘두란노 아버지학교’의 경우, 수료자 중엔 탤런트, 대기업 임원, 대학 총장, 야구 감독, 한때의 암흑세계 인물 등 직업과 연령이 다양하다. 아버지학교를 찾는 신입생들의 사정은 각양각색이다. 가정해체 위기를 맞은 사람, 아내의 임신을 계기로 좋은 아버지가 되는 법을 배우러 온 사람 등 사연이 많다.

 

아버지학교 학생들은 점점 젊어지고 있지만 수업 과정은 15년 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아버지학교는 5주 과정이다. 첫 주에는 ‘아버지의 영향력’을 배운다. 숙제는 ‘아내와 자녀를 칭찬하고 껴안아주기’와 ‘내 아버지에게 편지 쓰기’다. 둘째 주의 주제는 ‘아버지의 남성‘으로 우리 사회의 잘못된 남성문화를 되짚어 본다.

 

셋째 주엔 ‘아버지의 사명’이다. 아버지는 자녀의 역할 모델이 돼야 하며 자부심을 줄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넷째 주의 주제는 ‘아버지의 영성’으로 기독교적이다. 하늘이 이 땅에 보내준 소중한 자녀를 내가 대신해 키우고 있다는 것을 일깨운다.

 

수료식을 하는 다섯째 주엔 ‘아버지와 가정’의 중요성을 배운다. 아내와 아이들도 함께 참석한다. 수료식 땐 아내와 남편이 서로에게 써온 편지를 읽어주고 아버지학교 5주 동안 변화된 모습을 이야기 한다.

 

수료식은 눈물겹다. 남편이 아내의 발을 씻겨주는 세족식 정경 때문이다. 남편은 아내 앞에서 무릎을 꿇고 아내의 발을 씻어주며 앞으로 바른 아버지와 바른 남편으로 살 것을 약속한다. 가정을 지키고 사회를 밝히는 아버지학교가 전국 방방곡곡에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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