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중국· 러시아 등 우방국을 찾을 때마다 열차를 이용하는 건 고소공포증 때문이라고 한다. 최근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플리스(FP)’가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을 계기로 세계의 몇몇 통치자들의 공포증 다섯가지를 소개했는데 참 별나다.
김 위원장의 비행공포증은 1976년 헬리콥터 사고로 심하게 부상한 이후 생겨났다. 죽을 고비를 넘겨서인지 9천300여㎞ 떨어진 러시아 모스크바를 갈 때도 전용열차를 타고 갔다.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는 공간에 갇히면 극도로 불안해지는 폐소공포증이 있다고 한다. 외국에 가면 호텔보다 베두인족의 천막을 치고 지내기를 좋아해 여러 국가의 의전 관계자들을 당혹케 한다.
지난해 뉴욕의 유엔 총회에 참석했을 때도 인근 지역 세 곳에 천막을 치려고 했지만 반대 시위로 좌절됐다. 결국 리비아 외교공관에서 천막을 치고 잤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개를 무서워한다. 어릴 때 개에 물려서다. 이 같은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지만, 심리 외교의 대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는 모르는 척 이를 역이용하기도 했다. 2006년 당시 대통령이던 푸틴은 메르켈 총리에게 강아지를 선물로 주거나 자신의 사냥견을 두 사람의 회동 때 데리고 갔다.
텍사스 출신으로 카우보이 이미지의 조지 W 부시 전 미국대통령은 의외로 말 타기 공포증이 있다고 한다. 베센테폭스 전 멕시코 대통령이 우호 제스처로 자신의 애마를 탈 것을 부시에게 권한 적이 있었는데 응하기는 커녕 오히려 말에서 멀지감치 떨어져 폭스가 당황해 했다고 한다.
미얀마 군정 최고 지도자인 탄 슈 웨 장군은 미신에 약해 2006년 수도 양곤에서 정글 오지로 거처를 옮겼다. 점성술사가 시키는대로 하지 않으면 정권이 몰락할 것이라고 경고하자 그대로 따른 것이라고 한다.
김정일 위원장의 공포증은 목숨 부지 수단이다. 운전 부주의로 전복될지도 모르는 승용차는 어떻게 타는 지 알 수 없다. 반대로 ‘대인민(對人民) 공포증’은 전혀 없는 게 분명하다. 세습 독재와 굶주림에 허덕이는 북한 주민들의 원성을 듣지 않는 배포가 대단하다. /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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