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문화가 바뀌었다. ‘술은 권하는 맛으로 마신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달라진 건 억지로 권하진 않는다는 것이다. 예전엔 술을 권해서 마시지 않으면 마시지 않는 사람의 머리에 술잔을 쏟기도 했다. 그래도 결례로 여기지 않았던 것이 종전의 술문화다. 그러나 이젠 그 같은 강권은 있을 수 없는 실례로 각인됐다.
지금은 술잔도 잘 돌리지 않는 풍조다. 술을 권할 요량이면 상대의 잔에 술을 따르는 것이 새로운 관례다. 자신이 마시던 술잔을 남에게 돌려 권하던 풍습이 점차 사라져가고 있다.
술을 인사불성으로 마시는 것 또한 좋지않게 생각하는 새로운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술에 취해 자신의 행동거지를 제대로 챙기지 못할만큼, 인사불성이 되는 것을 술꾼의 미덕으로 알았던 시대가 지금은 아니다. 좌중의 다른 술꾼에게 폐를 끼치거나, 심지어 주정을 부리는 취객은 현대사회의 술자리에서 환영받지 못한다. 환영을 받지 못할 뿐만이 아니라 주석의 기피 인물로 낙인 찍힌다.
술 마신 이튿날의 작취미성을 호주가의 관록처럼 알았던 것도 지금은 아니다. 전날 음주로 인해 이튿날 일을 못할지경이면, 아예 술을 입에 댈 자격이 없다는 것이 새술문화의 신사고다. 이런 신사고는 일에 지장을 주는 음주의 인정을 거부한다.
기성사회의 술문화가 이토록 달라지는 데 비해 유독 구닥다리 방식의 술문화를 고집하는 것이 대학가의 신입생 환영회다. 평소 술을 입에 대지도 않았던 여학생에게 소주병을 억지로 들이키도록해 결국 숨지게 만든 것은 낭만이 아니고 죄악이다.
더욱 걱정스런 점은 잘못을 뉘우칠 줄 모른다는 것이다. “우리도 선배들한테 그렇게 배웠으니까, 그러해야 한다”는 것은 지성인이 할 소리가 아니다. 지성의 전당인 대학가에서 그 같은 야만스런 소리가 나와서는 안 된다.
대학가의 신입생 환영회 술문화 또한 달라져야 한다. 아니, 스스로가 변화하는 지성의 면모를 보여줘야 된다. 술도 음식이다. 소중한 음식을 개차반처럼 만들어서는, 환영회가 아니고 ‘신입생 인격 모독회’다. /임양은 본사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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