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송

임병호 논설위원 bhl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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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이 우리나라 선거 로고송으로 쓰인 것은 미국의 선거판을 참고한 것으로 알려진다. 선거 로고송은 대중과 괴리된 정치를 대중음악을 매개로 친근감 있게 밀착시키는 유권자 흡인 도구가 된다.

 

1984년 레이건 대통령이 로고송 ‘본 인 더 USA’ 덕분으로 재선에 성공했고, 1992년 클린턴도 “멈추지 말고 미래를 생각하라”는 노래로 부시를 이겼다. 불륜과 군대 기피 사실이 드러났는데도 프리트우드 맥의 ‘돈 스톱’이 유권자들한테 먹혀 들었다.

 

우리나라 1997년 대선 때는 “김대중과 함께라면 든든해요“(DJ.DOC의 ‘DJ와 춤을’)가, 2000년 총선 땐 “바꿔 바꿔 세상을 다 바꿔”(이정현의 ‘바꿔’)가 인기를 끌었다. 당시 김대중 후보 선거 로고송은 고령의 이미지를 변신시키는 데 일조했다.

 

2002년 ‘노무현의 눈물’도 대선 승리의 숨은 공신이다. 통기타를 잡고 ‘상록수’를 부르며 흘린 눈물 한 방울은 승리의 표로 돌아왔다.

 

2007년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캠프는 대선 로고송 창작 경연대회까지 열었다. ‘잘 살거야’가 1등을 차지했다. 슈퍼주니어의 ‘로꾸거’, 박현빈의 ‘오빠만 믿어’를 개사해 사용했는데 ‘오빠만 믿어’를 ‘명박만 믿어’로, ‘로꾸거’를 ‘이명박 송’으로 바꿔 불렀다.

 

6·2 지방선거 로고송도 재밌다. 한나라당은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익숙한 노래를 개사해 ‘일자리 먼저, 서민 먼저’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스마트 한나라송’ 등을 로고송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내 마음을 잘 알아서 스마트 한나라, 어디든 달려가서 서민 행복 한나라, 모두가 행복해서 스마일 대한민국”이란다.

 

민주당은 댄스그룹 애프터스쿨의 ‘너 때문에‘라는 가사 중 “너 때문에 많이 울었어”를 “너(MB 지칭) 때문에 서민들 울었어”라고 바꿨다.

 

자유선진당은 ‘왜 이래’란 곡에 “한나라당 왜이래, MB정부 왜이래”라는 비판적 가사를 붙인 로고송을 마련했고, 민주노동당은 ‘검은 고양이’ 등 6곡을 개사했다.

 

유치한 면이 다분하지만 로고송은 대중들의 귀에 익숙하다는 게 장점이다. 하지만 로고송이 거리나 주택가의 소음이 돼선 안 된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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