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가 북아메리카 동남해안의 멕시코만 바다로 쏟아져 나온다. 플로리다와 유카탄의 두 반도가 돌출한 해역이다. 영국 석유회사 BP가 멕시코만 해저 원유를 채취하는 곳이다.
그런데 원유를 수면 위로 뽑아 올리는 파이프 시설이 폭발 침몰하면서 해저 원유가 그대로 바닷속으로 흘러드는 것이다. 이에 BP 측은 며칠 전 원격조정 잠수로봇을 이용해 채취 파이프에 가는 튜브를 삽입, 새는 원유의 일부를 해상으로 뽑아 올리게 됐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근본적인 해결 방법이 아니다”라며 시큰둥한 반응이다.
해저 유정에서 유출된 원유는 벌써 플로리다 키스 제도로까지 번져 북미지역의 소중한 산호초 군락지대를 검은 기름덩어리로 먹칠하고 있다. 이에 학계의 해양생태계 파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지난달 20일 파이프 폭발 침몰로 원유가 바닷속으로 쏟아지기 시작한 지 1개월여 동안에 약 21만 배럴의 원유가 멕시코만을 오염시켰다. 바다를 망친 이 원유는 국내 1일 소비량 22만 배럴에 버금가는 엄청난 분량이다. 우리의 원유 소비량은 세계 7위로, GDP(국내총생산)가 우리보다 높은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보다 더 많이 소비한다.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의 입장에서는 바다로 새어나가는 원유가 무척 아까운 생각이 들지만, 원유의 해양 오염이 미치는 영향은 인류를 위협할 수가 있다. 만약 상당한 해역이 원유로 오염되면 바닷물의 증발이 막혀 비가 내리지 않게 된다.
물론 지구 면적의 4분의 3이나 되는 바다가 그토록 오염되는 것은 불가능할지 모르지만 또 모르는 일이다. 근래 잦은 해저 지진 등이 언젠가는 해저 유정을 절로 파괴시켜 기름바다로 만드는 부분적 생태계 이변이 전혀 가상만은 아니라고 말하는 지질학자들이 있다.
멕시코만 연안의 어류 등 해양동물은 이미 원유 벼락을 맞아 죽어가고 있다. BP가 조치한 응급 대책은 기껏 새는 원유의 15% 정도를 뽑아 올리는데 그친다. 태안 앞바다를 원유로 망쳤던 경험에 비춰, 이와는 비교도 안 되는 멕시코만의 원유 수난이 남의 일 같지 않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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