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깝다. 아쉽다. 어제 오후 5시로 예정됐던 첫 우주발사체 나로호(KSLV-I)의 발사가 막판에 중지됐다. 이륙 3시간 전인 오후 2시쯤 발사대 주변 소방설비의 오작동이 발견됨에 따라 발사가 연기됐다고 한다. 우주로 가는 길이 얼마나 험난한 지를 다시 한번 절감하게 됐다.
우주발사체는 단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다. 100% 무결점을 요구한다. 발사 직전 중단된 사례는 많다. 인도는 지난 2001년 3월28일 GSLV 발사체가 액체엔진 부스터의 오작동을 자동제어시스템에서 감지해 발사 1초 전에 발사 중단됐다. 미국의 우주왕복선 엔데버호는 2009년 6월13일 연료주입 지상설비 문제로 발사가 중단 된 뒤 연료, 기상 등의 문제로 6차례 연기 끝에 발사에 성공했다. 일본은 2003년 H2A 로켓, 유럽연합(EU)은 2006년 아리안-5 로켓 발사에 실패했으나 결국은 성공했다.
우주산업은 기계 화공 등 전통적 산업분야의 기술 뿐 아니라 전기전자 등 첨단기술을 요구하는 과학기술의 집합체다. 우주산업에 선진국들이 막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이유다. 근래 중국, 인도 등 신흥국까지 우주 도전에 앞다퉈 나서는 것은 국가적 위상과 국민적 자긍심을 한껏 높이는 것 외에도 과학기술의 집합체로 불리는 우주산업의 경제적 효과와 안보적 차원에서의 기대 이익 등 그 효과가 이루 헤아릴 수 없기 때문이다. 나로호가 성공적으로 발사되면 한국은 자기 땅에서 자력으로 인공위성을 쏘아 올린 ‘우주클럽’에 10번째로 이름을 올리게 된다. 당당하게 10대 우주강국으로 발돋움한다. 나로호는 단순한 우주 발사체가 아니다.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우주강국을 향한 우리의 희망이자 꿈이 담긴 대한민국의 상징물이다.
비록 발사를 연기했지만 그렇다고 크게 실망할 일은 아니다. 앞으로 성공적 발사를 위해 만전을 기하면 된다. 우주로 향한 도전은 정부의 과감한 지원에다 국민의 절대적 지지가 수반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예산이 문제가 아니다. 나로호 개발에 참여한 한국과 러시아 과학자와 기술진이 수년간 휴일도 반납한 채 밤낮없이 쏟아부은 노력은 앞으로 성공적인 발사로 대단원의 결실을 맺을 것으로 믿는다. /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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