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장막' 두른 아르헨티나 훈련장을 가다

기다림의 미학, 혹은 기다림의 고통. 아르헨티나 대표팀을 만나기 위해서는 참을성이 필요했다.

 

한국 축구대표팀이 9일(현지시간) 훈련을 쉬기로 했다. 숨 가쁘게 달려온 선수들에게 휴식을 주고 그리스전에 맞춰 재충전의 시간을 주겠다는 것이 허정무 감독의 계산. 한국선수들의 훈련을 볼 수 없게 된 한국 기자들은 루스텐버그에서 차를 달려 1시간 30분여를 가면 도착하는 아르헨티나 훈련캠프에 가기로 했다.

 

프레토리아대학에 숙소와 훈련장이 있는 아르헨티나 대표팀을 보기 위해 대학내에 진입한 우리는 "아직 훈련장쪽으로 갈 수 없다"는 말을 듣고 무작정 기다리기 시작했다. 아르헨티나대표팀은 자국 취재진에게도 훈련 모습을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300여명은 족히 되어 보이는 아르헨티나 기자들도 기다리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이와 더불어 '비바 아르헨티나'를 부르는 팬들도 함께였다. 한국인임을 알아본 이들은 월드컵 우승컵 모형을 들고 함께 포즈를 취하자며 신명나게 노래를 불러대기도 했다.

 

하지만 기다림은 길었다. 남아공 프레토리아 대학에 위치한 '턱스 스포트 그라운드' 훈련장 인근까지 접근하기 위해서 1시간을 기다렸고 훈련장 인근에 접근해서도 또 한시간을 줄지어 기다렸다. 아르헨티나 기자들까지 약 300여명이 길거리에 서거나 앉아 문앞을 지키고 있는 경찰만을 바라봤다. 마침내 대표팀이 훈련하고 있는 훈련장의 문이 열리고 기자들이 우르르 쏟아져 들어갔을때 그라운드에는 마라도나 감독을 비롯해 4명의 필드 플레이어, 2명의 골키퍼밖에는 없었다.

 

이들은 슈팅 연습을 하고 있었는데 마르틴 팔레르모(보카 주니어스), 디에고 밀리토(인터밀란), 하비에르 파스토레(US 팔레르모), 세르히오 아게로(A. 마드리드)가 슈팅을 하고 골키퍼 세르히오 로메로(AZ알크마르), 마리아노 안두히르(카타니아)가 이를 막아냈다. 기대하던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는 보이지 않았다.

 

이들은 모여 한차례씩 슈팅을 해보였는데 마라도나 감독이 여전히 날카로운 슈팅 실력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 외에는 수확이 없었다. 10분간 슈팅을 보여준 아르헨티나 대표팀은 훈련을 마치고 돌아갔고 취재진들은 다시 한번 예정되어 있는 기자회견을 기다렸다. 기자회견장까지 이르기 위해 또 한번 문앞에 서서 대기했고 기자회견장에 들어간 뒤에도 20여분이 지난 뒤에야 마리오 볼라티(피오렌티아), 가브리엘 에인세(마르세유)가 들어왔다. 스페인어만이 오가는 기자회견장에서 한국기자들도 열심히 손을 들어봤지만 질문 차례가 오지는 않았다.

 

 

아르헨티나 선수들의 한마디를 들을 수 있을때까지 목에 걸고 있는 월드컵 취재 기자 아이디 카드를 3번이나 확인시켜줘야 했다. 경찰은 한사람 한사람의 팔을 붙잡고 움직이지 못하게 한 뒤 아이디 카드의 사진과 얼굴을 대조할 정도로 철저히 선수들의 안전에 신경쓰는 모습이었다.

 

아르헨티나는 프레토리아 대학에 숙소와 경기장을 함께 쓰고 있었다. 지척거리에 호텔과 훈련장이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은 걸어서 호텔과 숙소를 오갈 수 있다. 드넓은 프레토리아 대학 교정을 쓰고 있는 이들에게 '치안걱정'은 먼 나라 이야기다. 일단 프레토리아 대학이 위치한 곳은 백인들이 모여사는 '부유한 동네'인지라 당초 안전에 대한 걱정이 크지 않다. 여기에 프레토리아 대학 출입구에서부터 경찰들이 진을 치고 있어 아무나 진입할 수 없다. 쾌적하고 넓은 시설에서 아르헨티나 대표팀은 휴식과 같은 훈련을 하고 있었다.

 

선수들은 자유롭게 만들면서도 철저히 안전을 보장받고 있는 것을 보자 한국 대표팀이 문득 떠올랐다. 루스텐버그에서 머무르고 있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숙소인 '헌터스 레스트'에서 훈련장인 '올림피아파크 스타디움'에 이르기까지 는 버스를 타고 0여분을 이동해야 한다. 또한 '유배생활'과 다름없이 호텔내에서만 움직일 수 있을 뿐 휴식이 주어진다 해도 여유있게 산책도 할 수 없다는 사실과 비교해보면 상당한 차이가 있다. 실제로 이날 휴식을 가진 선수들은 호텔내에 비치되어 있는 탁구장, 테니스장등을 이용하며 무료함을 달랬다.

 

훈련장인 올림피아파크 스타디움에서도 기자들은 딱 한차례 아이디 카드를 내보이면 된다. 또한 훈련이 시작되면 경계가 느슨해져 나가는 것은 어렵지만 들어오는 것은 어렵지 않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