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 나가야지. 그렇지"
결전지 포트 엘리자베스에 입성, 첫 훈련을 지휘한 허정무 감독의 목소리에는 힘이 가득 들어가 있었다. 취재진들을 향해서는 언제나처럼 여유있는 미소를 지어보였지만 경기까지 훈련할 기회를 단 두번 남겨서 인지 허정무 감독은 태극전사들의 움직임 하나 하나를 면밀히 관찰하며 때로는 따끔한 지적을, 때로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10일 밤(한국시간) 남아공 포트 엘리자베스 겔반데일 경기장에서 첫 훈련을 갖고 그리스전을 향한 마지막 점검 단계에 돌입했다. 이날 오전 베이스캠프인 루스텐버그에서 전세기를 이용, 오는 12일 그리스전이 열리는 포트 엘리자베스로 날아온 태극전사들은 여장을 풀고 식사를 한 뒤 바로 훈련장에 나와 몸을 풀었다.
포트 엘리자베스는 '윈디 시티'라는 별명을 얻을 만큼 바람이 많은 도시. 이날 역시 경기장에 강풍이 불었지만 선수들은 "그간 바람 뿐만 아니라 비, 눈등이 올때도 경기를 치렀다. 상관없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특히 이날은 한국 축구대표팀이 남아공에 입성한 이후 최초로 한명의 이탈자 없이 23명 전원이 훈련에 참가했다. 그간 오스트리아 전지훈련부터 선수들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어 선수 전원이 한 프로그램을 소화한 적이 없었다. 최근 대상포진을 앓았던 조용형(제주)이 완쾌되어 그라운드에 들어오자 23개의 퍼즐은 하나로 맞춰졌다. 그리스전을 목전에 두고 모든 선수들이 100%의 컨디션을 갖췄다는 것은 기분 좋은 징조다.
이제 실험이나 연습을 하기에는 부족한 시간인만큼, 허정무 감독은 이날 그리스전에서 주전으로 뛸 선수들이 집중적으로 호흡을 맞출 수 있도록 배려했다.
골키퍼 3명을 제외하고 10명씩이 편을 갈라 미니게임을 했는데 그간 여러 차례 나온 예상대로 주황색 조끼를 입은 주전조에는 박주영-염기훈이 투톱으로 나섰고 미드필드 진에는 박지성, 이청용, 김정우, 기성용이 나섰다. 수비진에는 일대 파란이 있었다. 중앙 수비수에는 부상에서 회복한 조용형과 이정수가 자리했는데 왼쪽 풀백 이영표가 오른쪽 풀백으로 자리를 옮기고 김동진이 왼쪽 풀백 자리에 배치되어 눈길을 끈다.
허정무 감독은 선수들의 미니게임을 지켜보다가도 지시 사항이 생기면 선수들에게 다가가 이것저것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누며 지적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박주영의 힘없는 슈팅이 골키퍼 이운재의 품으로 굴러가자 즉각 박주영에게 가 직접 슈팅을 해보이는 포즈를 취하며 적극적으로 지도했다.
한국대표팀은 11일 오후 7시 45분 넬슨 만델라베이 스타디움에서 마지막 훈련을 갖고 그리스전을 향한 최종 마무리훈련을 실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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