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 감독의 마지막 퍼즐은 오른쪽 풀백이었다.
12일(한국시간) 남아공 포트 엘리자베스 넬슨 만델라베이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2010 남아공월드컵 그리스와의 B조 첫 경기에서 왼쪽 풀백 김동진(울산)-오른쪽 풀백 이영표(알 힐랄)의 조합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10일 포트 엘리자베스의 겔반데일 스타디움에서 진행된 한국축구대표팀의 훈련 도중 기자석이 술렁거린 순간이 있었다. 미니게임을 위해 나선 선수들 중 주전으로 파악되는 '주황조끼조' 포진에 왼쪽 풀백으로 김동진이, 오른쪽 풀백으로는 이영표가 나섰기 때문이었다.
김동진과 이영표는 둘다 원래 왼쪽 풀백을 맡아보고 있어 포지션이 겹친다. 그런데 2006 독일월드컵때와 마찬가지로 이영표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이동하고 김동진이 왼쪽 자리를 맡는 그림이 나온 것이다. 그간 훈련에서 보지 못했던 모습이 보이자 기자들은 이를 여러번 재확인하며 가능성 중 하나로만 남아있던 조합을 눈으로 확인하게 됐다.
그간 일련의 훈련들에서 왼쪽 풀백 자리는 언제나 이영표의 몫이었다. 이영표는 김동진과의 주전경쟁에서 조금씩 앞서 나갔고
이 자리를 꿰찬 것으로 보였고 자연스레 오른쪽 풀백 자리는 본래 이 포지션인 오범석(울산), 차두리(프라이부르크)가 경쟁해왔다. 최근 일련의 평가전들에서 허정무 감독은 오른쪽 풀백 자리에 오범석과 차두리를 번갈아 세우며 고심을 거듭, "누가 그리스전에 적합할지"를 계산해왔다.
두 선수 모두 장점과 단점이 있다. 오범석이 세밀하고 정확한 경기를 한다면 차두리는 탁월한 피지컬을 바탕으로 체격조건이 좋은 그리스를 상대로 할때 유리할 수 있다. 그리고 이들이 가진 장점은 서로가 가지지 못한 단점이기도 했다.
이 때문에 선뜻 오른쪽 풀백 자리에 주전을 낙점하지 못했던 허정무 감독은 이날은 이영표를 오른쪽 플백으로 돌려세우는 선택을 실험했다. 이영표는 과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핫스퍼에서 활약할 당시 오른쪽 풀백으로도 뛴 경험이 있고 2006 독일월드컵에서도 '좌 김동진-우 이영표'의 조합은 가동되었었다.
경기 이틀을 앞두고 보인 허정무 감독의 수비 조합 선택은 기자들뿐만 아니라 선수들에게도 놀라움을 안겼다. 중앙 수비수 조용형은 이날 훈련을 마친 뒤 "사실 나 역시도 오늘 좌우 풀백 수비수에 김동진, 이영표 선수가 서게 되어 깜짝 놀랐다. 어떤 조합이 되든 호흡을 잘 맞추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허정무 감독의 그리스전 선택이 어찌될지는 알 수 없다. 2006 독일월드컵처럼 오른쪽 풀백으로 이영표가 자리 이동을 할 수도 있고 체격조건이 좋은 차두리, 세밀한 플레이의 오범석이 나설지도 모른다. 다만 확실한 것은 이날 훈련을 통해 이영표의 자리이동의 효과와 가능성을 확인한 허정무 감독이 경기 직전까지 오른쪽 풀백이라는 마지막 퍼즐을 들고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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