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의 천안함 사태 감사결과 군 장성 등 25명이 징계 대상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런 가운데 사고 당시 합참 의장이 술에 취했다느니, 만취하진 않았다느니 하고 야단이다. 또 레이더에 나타난 북 잠수정을 새떼로 허위보고하고, 천안함이 보고한 ‘어뢰 피격 가능성’을 뒤늦게 상부에 보고하면서 ‘어뢰’란 말을 빼고 축소한 사실이 밝혀져 빈축을 사고 있다.
합참 의장 만취설은 6·25 전야를 생각나게 한다. 1950년 6월24일은 토요일이었다. 그날 육군본부 회관 낙성식이 있었다. 주말 낙성식은 술판으로 이어져 육본 장성들이 밤늦게까지 댄스파티를 벌였다.
북녘 인민군이 김일성 최고사령관 작전명령 1호로 38선에서 일제히 남침이 벌어진 것은 일요일인 6월25일 새벽 4시다. 인민군은 남침 준비가 한창인 전날 밤에 육본 장성들은 술에 쩌들어 있었던 것이다.
이튿날 아침 작취미성인 채 남침보고를 받고도 전면인지, 전에도 가끔 있었던 국지전인지 헷갈려 허둥대기만 했다. 헌병들이 서울 한강에 나와 뱃놀이로 외출을 즐기는 국군에게 “전면전이 벌어졌다. 장병들은 즉시 귀대하라”는 방송을 하기 시작한 게 정오께다. 그러나 이땐 벌써 개성이 탱크를 앞세운 인민군에게 떨어져 장단을 거쳐 의정부를 향해 진격해오고 있었다. 탱크 한대가 없었던 국군은 수류탄을 들고 탱크 바퀴에 돌진하는 육탄공격으로 맞섰으나 중과부적이었다.
이윽고 의정부가 떨어졌는데도 “용감무쌍한 우리 국군 장병이 적을 무찔러 퇴각시키고 있다”고 했다. 당시 이승만 대통령에게 한 신성모 국방부 장관의 허위보고다. 이승만 대통령은 허위보고를 믿고 지금의 KBS 전신인 서울 중앙방송국에서 “서울을 사수하니 시민들은 안심하라”는 엉터리 라디오방송을 했다.
이번 감사원의 천안함 관련 감사 결과에서 주목되는 것은 만취설과 허위보고다. 6·25의 전철을 되풀이 하는 것이 바로 술과 허위보고이기 때문이다. 징계 대상자 25명 가운덴 군형법에 의한 기소 대상이 12명이라고 한다. 문책 인사가 곧 있을 것이다. 인사 조치에 그치지 않는 엄정한 후속조치가 따라야 문란해진 군의 기강을 바로 세울 수 있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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