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의 오만

경로의식을 갖자고 한다. 맞는 말이다. 노인을 공경하는 사회가 행복한 사회다. 가정도 마찬가지다. 반면에 노인 또한 공경받을만한 노인이 돼야 한다.

 

그런데 노인사회를 보면 과연 공경받을만한 사람인지 의심되는 노인들이 적지 않다. 우선 사회생활은 나이로 하는 것이 아니다. 이런데도 나이로 사회생활을 하려든다. 사회생활엔 사람마다의 능력이 있고 장합에 따른 경우란 것이 있다. 아무리 노인일지라도, 상대의 능력이나 일의 경우를 무시할 순 없다.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상대는 안중에 두지 않고, 노인 위세로 압도하려고 든다. 공경받을 수 없는 노인이다.

 

시내버스에는 노약자보호석이란 게 있다. 이런 보호석이 아니더라도 노인에게 젊은 사람이 좌석을 양보하는 것은 사람 사는 사회에서 기초적 예절이라 하겠다. 그런데 노약자보호석에 버젓이 앉아 노인이 앞에 서 있어도 자릴 내주지 않는 광경을 보곤 한다. 자릴 내주지 않는 젊은 사람 또한 가지가지다. 노인을 멀뚱멀뚱 쳐다보면서도 태연히 앉아있는가 하면, 조는척하기도 하고 고개를 돌려 창밖만 바라보며 모른척 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자릴 양보하는 사례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노인이 버스에 올라오면 앉아있다가 냉큼 일어서며 앉도록 권하는 젊은이들이 있다. 문제는 노인이다. 비록 자릴 양보하는 것이 마땅할지라도, “고맙다”는 칭찬 한 마디가 아니면 하다못해 고마운 표정이라도 지으면 자릴 내준 사람도 기분이 좋을 것이다. 한데, 아무 말 없이 무뚝뚝하게 그대로 앉는 노인들이 있다. 공경받을 수 없는 노인이다.

 

노인이라 하여 젊은 상대는 인정치 않으려는 노인, 칭찬에 인색한 노인, 이 같은 공경받을 수 없는 노인들은 오만한 노인이다. 오만은 고독을 불러들인다. 고령화사회가 되면서 노인문제가 사회적 과제가 되고 있다. 물론 관심을 가져야 할 노인문제이긴 하다.

 

그러나 노인 자신에게 사회가 관심을 갖기 이전에, 스스로가 자신에게 얼마나 관심을 갖고 있는지를 항상 돌아봐야 된다. 노인은 특권의 대상도, 천대의 대상도 아닌 인간으로 노인다움이 있어야 된다. 나도 노인이기 때문에 노인들에게 한 마디 하는 것이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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