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비전은 현대인들에게 필요한 바보상자다. 내용이 그렇고 그런 연속극을 가족이 거실에 모여 앉아 멍청하게 보고 나서는 각기 제 방으로 돌아간다. 이를 테면 드라마가 가족 간 대화를 빼앗는 주범이다.
그러나 텔레비전 방송의 기능은 대단하다. 요즘은 “니, 신문에 났더라!”는 말을 안 한다. “TV에 나왔더라!”라고 말한다. 특히 뉴스의 속보성이나 현장성은 신문이 전파를 따를 수 없다.
괜찮은 프로그램도 있다. ‘인간극장’(KBS-1TV)은 보통 사람들의 특별한 이야기다. ‘TV 동물농장’(SBS)은 야생의 ‘동물의 세계’ 등과는 포맷이 다른 인간생활 주변의 별난 동물 이야기다. ‘잘 먹고 잘 사는 법’(SBS)은 부정적이면서 긍정적이다. 무슨 스타들의 집안 자랑 방문은 사회에 위화감을 주기 십상이다. 시청자에게 어떤 의도로 방송을 하는 것인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시골밥상 대목은 단연 한국음식문화 소개의 백미다. 전국 각지의 벽촌을 순회하며 고을마다 고유의 국내 음식을 발굴, 체험하는 시골밥상은 사라져가는 우리 전래 음식문화의 소중한 자료가 될 만하다.
또 있다. ‘세상에 이런 일이’(SBS)는 우리 생활 주변의 이색적 사물을 전하는 프로그램으로, 시청하다 보면 ‘저런 일도 있구나’ 하고 많은 것을 느끼게 한다. 그런데 지지대자가 꼽고 싶은 국내 으뜸 TV 프로그램은 ‘생활의 달인’(SBS)이다.
‘생활의 달인’은 서민사회의 직업 이야기다. 생업의 기능에 일가견을 가진 사람 같으면 직업을 가리지 않는다. 길거리 빵장사도 좋고, 세차원도 좋고, 미화원도 좋다. 아마 100가지도 넘는 직업의 달인들이 출연했을 성싶다. 드럼통을 다루는 직업, 생수 배달을 하는 사람들도 나왔다. 각기 맡은 분야에서 최고의 경지를 이룬 기능은 곧 생활예술로 존중받을 만하다.
우리 사회는 이 같은 자기 직업에 충실한 달인들이 있음으로 해서 사회생활이 영위된다. 그 잘난 국회의원들보다 낫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말하다 보니 괜찮은 프로가 특정 방송에 쏠렸으나 의도적인 것은 아니다. /임양은 주필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