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이호철(李浩哲) 선생은 대표적인 분단문학 작가다. 함경도 원산 출신으로 올해 만 78세다.
고등학생이던 1950년 7월7일 인민군으로 동원돼 6·25전쟁에 참전했다. 그해 10월 태백산맥 월정사 인근에서 국군에 포로로 잡혔다가 풀려난 후 고향으로 돌아갔으나 이듬해 혈혈단신 월남했다.
1974년 문인간첩단 사건, 1980년에는 김대중 내란 음모사건 등에 연루돼 투옥되는 등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다. 1960년대 중반 한 일간지에 연재한 장편 ‘서울은 만원이다’로 ‘세태소설 작가’라는 타이틀도 얻었지만 그는 분단 현실을 리얼하게, 가슴 아프게 그리는 소설가다. 그의 소설은 직접 겪은 전쟁의 경험을 담은 작품이 대부분이어서 생생한 기억이 묻어난다. 이북에서 직접 살았기 때문에 그쪽 세상을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1990년대 중반에 출간된 ‘남녘사람 북녘사람’은 전쟁·월남 체험을 담은 연작 장편소설로 독일·러시아·프랑스·헝가리 등 전 세계 10개국에 번역돼 주목과 호평을 함께 받았다.
그는 “내 문학은 남북문제로 시작했고 남북문제로 끝날 것”이라고 말한다. “남북 관계가 있는 한 쓸거리가 떨어지지 않으니 나는 운이 좋은 작가”라면서 “남북과 통일 문제를 도외시하는 것은 작가의 자세가 아니다”라고 역설한다. 모름지기 한국의 작가는 “문학이 남북관계에 이바지할 수 있는, 이바지해야 할 몫이 있다”고 강조한다. 특히 “(북한의) 김정일을 감동시킬 수 있는 소설을 써야 한다. 난 능력이 없어 아직 못했지만 김정일이 소설을 읽고 이렇게 해서는 안 되겠구나 생각할 수 있는 소설을 써야 한다. 그들을 움직일 수 있는 것은 문학밖에 없다”는 지론을 편다.
이호철 선생은 분단 된 현실이 외면 당하는 데에 안타까움을 표한다. 일제시대보다 긴 60년 분단세월을 보내고 있어 지겹더라도 작가들이 통일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한다. 열 살 아래의 여동생이 지금도 고향 원산에 살고 있어 지난 5월 일본을 통해 5만엔을 송금했다는 그는 고향이 그리운 이산가족이다. 김정일을 감동시켜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 내는 소설이 발표되는 날은 언제일까.
/임병호 논설위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