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국 대가(代價)

임병호 논설위원 bhl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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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문제연구소가 발간한 ‘친일매국인명사전’에 나오는 대표적 매국노는 권중현·박제순·이근택·이완용·이지용 등 ‘을사오적(乙巳五賊)’ 5명, 고영희·송병준·이병무·이완용·이재곤·임선준·조중응 등 ‘정미칠적(丁未七賊)’ 7명, 고영희·민병석·박제순·윤덕영·이병무·이완용·이재면·조민희·조중응 등 ‘경술국적(庚戌國賊)’ 9명이다. 이들 중 이완용은 을사오적·정미칠적·경술국적에 모두 해당된다.

 

사사로운 이익을 위하여 나라의 주권이나 이권을 남의 나라에 팔아먹은 매국노는 비국민(非國民)이다. 특히 일본에 나라를 팔아넘긴 을사오적은 당시 외부대신(박제순), 내부대신(이지용), 군부대신(이근택), 학부대신(이완용), 농상부대신(권중현)이었다. 국권을 지켜야 할 각료들이어서 그 죄는 더욱 용서받을 수 없다.

 

그 매국노들이 나라를 팔아먹은 대가 액수가 친일반민족행위자재산조사위원회에 의해 밝혀졌다. 일제 강점 직후 일왕(日王)은 ‘병합의 공로자’들에게 귀족 작위와 함께 이른바 ‘은사금(恩賜金)’을 주었다. 대표적 친일파 백작(伯爵) 이완용은 15만엔을 받았다. 당시 일본 1엔의 가치는 요즘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약 2만원이다. 이완용은 나라를 팔고 30억원을 받은 셈이다. 자작(子爵) 중에는 일제를 도운 공이 큰 송병준과 고영희가 10만엔씩 지급받았다. 두 사람은 을사조약과 정미칠조약을 주도했다. 왕족 출신으로 후작(侯爵)이 된 이재각과 이재완은 16만8천엔, 조선귀족회 회장으로 중추원 부의장까지 오른 박영효는 28만엔, 순종의 장인인 후작 윤택영도 50만4천엔을 받았다.

 

가장 많은 돈을 받은 사람은 이재면이었다. 궁내부 대신으로 한일병합조약 체결에 참가한 대가로 무려 83만엔(166억원)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가장 낮은 작위인 남작(男爵)도 2만5천엔을 챙겼다. 이들 대표적인 친일파 16명이 매국 대가로 일왕에게서 받은 돈은 570억여원에 이르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리 거액도 아니어서 고소를 금할 수 없다.

 

민족문제연구소는 친일매국노의 후손인 임종국(林鍾國· 1929 ~1989) 선생이 자기반성으로 시작한 단체다. “오늘날엔 매국노가 없는가”하고 묻던 그의 말이 떠오른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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