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축구단

임병호 논설위원 bhl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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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축구연맹(FIFA) 제5회 20세 이하 여자월드컵조별리그에서 한국팀이 2연승으로 8강 진출이 확정됐다. 4강을 꿈꾸고 있어 기대가 된다.

 

남자월드컵은 1930년 처음 개최됐지만 여자월드컵은 1990년부터 열리기 시작했다. 아시아에선 중국이 1999년 미국 여자월드컵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는 등 두각을 보였고, 이번에 한국과 같이 8강에 진출한 북한도 좋은 성적을 냈다.

 

그러나 한국은 1990년대 하키, 육상 등에서 차출한 선수들로 A매치에 나가 일본에 0-8, 0-10으로 참패하곤 했다. 2001년 여자축구연맹이 탄생할 정도로 출발이 늦었다.

 

하지만 2002년 한·일월드컵 후 대한축구협회가 중장기 발전계획을 세워 초등학생부터 선수를 육성하면서 변화가 생겼다.

 

남자축구 시스템을 본떠 13세·15세·17세 등 각급 대표팀을 만들어 전임 지도자를 두고 엘리트를 키웠다. 최근의 상승세는 열정적인 시스템과 지도자를 지원받은 덕분으로 봐야 한다.

 

지난 5월 말 발표된 FIFA 여자 랭킹 1~3위는 미국, 독일, 브라질이다. 미국은 등록선수가 900만명에 이를 정도로 저변이 넓다. 독일은 등록선수가 100만명을 넘는다. 한국은 고작 1천400명에 불과하다.

 

여건이 이런데도 첫 8강행을 이뤘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악조건을 극복한 최인철 U-20 대표팀 감독, 선수들의 고된 훈련과 의지의 결실이다. 21명의 대표팀에는 한양여대 6명, 여주대 4명 등 중·고 시절부터 한솥밥을 먹어온 선수들이 많다. 그래서 조직력이 강하다.

 

대표선수 선발 최대 기준으로 희생정신을 꼽은 최인철 감독도 10년 동안 한눈팔지 않고 여자축구에만 매달렸다. 무명 선수들의 눈물 어린 희생과 지도자의 남모르는 노고가 8강행을 이룬 셈이다.

 

그동안 한국 여자축구는 남자축구에 비해 많이 외면당해 왔다. 한국여자축구가 세계 정상에 오르기 위해선 인프라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 기본적인 여건이 갖춰져야 좋은 선수가 나오고 전체적인 축구 수준이 향상된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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