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복도 자전거, 과태료 내나요?

'비상구 폐쇄 불법행위' 애매한 기준에 입주민 혼란

아파트 복도나 건물 비상구 같은 장소에 물건을 쌓아 놓았을 경우 이를 신고하면 포상금을 주는 '비상구 폐쇄 등 불법행위 신고 포상제(이하 포상제)'가 전국적으로 속속 시행되고 있다.

 

화재 등 사고가 발생했을 때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지는 참사를 막기 위한 제도로, 경기도는 6월부터 서울은 7월 15일부터 시행중이다.

 

누구든 위반 사항을 발견했을 때 사진이나 동영상의 증거자료를 첨부해 소방당국에 신고하면 건당 5만원의 포상금을 받을 수 있다.

 

반면 적발된 가정은 처음에는 30만원, 두 번째는 100만원, 세 번째는 200만원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손쉽게 포상금을 받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비파라치'(비상구 + 파파라치)라는 전문 신고꾼까지 등장하는 등 대대적인 단속이 진행되고 있다.

 

실제로 제도 시행 2주 만에 서울 지역에서는 모두 950건이 신고됐다.

 

◈ 애매한 단속기준, 주민들 오락가락

 

문제는 기준이 애매하고 어디까지가 위반인지 알기 어려워 시민들이 큰 혼란을 겪고 있다는 것.

 

관련법률은 위반행위를 "피난시설·방화구획 및 방화시설 주위에 물건을 쌓아두거나 장애물을 설치하는 행위"라고 모호하게 규정해 놓고 있다.

 

소방방재청 관계자는 "복도에 유모차나 자전거 등의 물건을 쌓았더라도 사람이 지나다닐 수 있을 정도면 과태료 부과 대상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많은 신고가 접수가 된 서울 노원구의 복도식 아파트 3곳을 확인해 본 결과, 관리사무소가 주민들에게 공고한 위반 기준은 제각각이었다.

 

A아파트는 복도에 물건을 쌓아 놓는 것 자체가 불법이라고 공고한 반면, B아파트는 복도의 절반을 넘지만 않으면 된다고 적시했다.

 

또 C아파트는 모호한 법률 문구를 그대로 사용했다.

 

B아파트 주민 주부 김모(35) 씨는 "물건을 놓을 장소도 만들어 주지 않고 치우라고만 하니 불편하다"며 "과태료가 얼마인지, 뭐가 불법인지 하나도 모르겠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영구임대주택인 C아파트에 사는 이모(48)씨는 "복도에 자전거도 놓지 말라고 하는데 여기에는 자전거를 이용하는 주민들이 많다"면서 "가뜩이나 형편도 어려운데 그렇게 큰 과태료를 물면 어떡하냐"고 불만을 제기했다.

 

◈ 관리사무소 "우리도 헷갈려"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주민들이 물어오는 경우가 많지만 사실 우리도 정확히 판단할 수 없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불확실한 기준 속에 오인 신고도 속출하고 있다.

 

7월 말까지 서울에서 접수된 신고 건 중 50~60%가 오인 신고였다.

 

이같은 혼선에도 불구하고 소방방재청측은 "건축물마다 구조가 틀려 일률적으로 기준을 정하면 오히려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입장이다.

 

주민들의 안전을 지키겠다며 시작된 비상구 신고 포상제는 보다 구체적이고 세세한 기준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오히려 주민들의 골칫거리가 될 수 밖에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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