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서지 쓰레기

여름철 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피서 행렬이 절정이다. 산과 바다가 인파로 줄을 잇는다. 피서객들이 넘치면서 또한 쓰레기 더미가 넘친다. 피서객들이 먹고 쓰다 버린 쓰레기 더미가 피서지마다 사방에 널려 악취를 풍긴다.

 

소주병, 맥주캔, 과자봉지 등은 약과다. 비닐봉지며 음식찌꺼기 등 온갖 부패 물질이 널부러진 가운데 쓰레기를 모래 속에 파묻기도 한다. 화성시 제부도해수욕장, 궁평해수욕장 등이 쓰레기 투성이라는 보도가 며칠전에 있었다. 산도 마찬가지다. 도내 북부지역의 산자수명한 계곡마다 피서객들이 버린 쓰레기로 몸살을 앓는다. 특히 가평군은 심하다. 해마다 가을로 접어들면 계곡 구석구석에 버려진 쓰레기 치우기에 전쟁을 벌이다시피 한다.

 

먼저 간 피서객이 버린 쓰레기로 나중에 간 피서객이 불쾌감을 느끼면서도, 기왕 버려진 쓰레기라 자신도 버린다. 그럼 또 다음에 간 사람 역시 버려 쓰레기 투기가 잇따라 파급된다.

 

다른 사람은 버려도 나는 안 버린다는 생각을 가져야 하는데, 이것이 잘 안 되고 있다. 일본에 다녀온 지인(知人)의 얘기다. 후쿠오카의 어느 산골짝으로 피서 갔다 겪은 체험담이라고 한다. 들고 먹던 아이스크림 껍질 종이를 땅에 떨어뜨린 줄 모르고 있는데, 어느 신사풍의 점잖게 생긴 사람이 곁에 와 줍더라는 것이다. 좀 민망스런 생각이 들어 미안하다고 했더니, 되레 미안하다면서 “우리가 이걸 줍지 않으면 시에서 따로 돈을 들여서 치워야 한다”고 하더라는 것이다.

 

물론 그들이라고 다 그런 것은 아니다. 일본사람 중에도 쓰레기를 마구 버리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자기 쓰레기는 자기가 가져간다는 사회적 연대의식이 일반화된 점에서 우리와 다르다. 그들이 선진국가가 된 저력에는 그 같은 국민정신도 들어 있다. 이에 비하면 우린 부끄럽게 여겨야 한다.

 

피서지에서 자기 쓰레기 되가져오는 것이 어려운 게 아니다. 마음만 먹으면 간단한 문제다. 그런데 그게 안 되어 산 계곡과 바다 사장을 쓰레기 더미로 뒤덮고 있다. 누굴 탓할 것 없다. 먼저 나부터, 우리가 다 같이 반성해야 할 일이다.  임양은 주필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