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투선수 안전관리

임병호 논설위원 bhl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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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은 권투선수 안전관리에 엄격한 기준을 세워놓은 것으로 알려진다. 일본의 경우 시합 전에 뇌 검사결과서를 받아보고 선수가 경기에 출전해도 안전한 지를 판단한다. 또 선수들에게 건강상태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를 요구하고 이러한 데이터가 없으면 아예 라이센스를 발급하지 않는다. 미국 또한 경기 출전 라이센스를 쉽게 발급해주지 않는다. 주 행정법규에 따라 보호장비 없이 이뤄지는 경기에는 구급차와 응급의학에 정통한 2명의 의사가 경기에 참석해 의료시설로 이송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경기 주최자에게도 기도유지 장치, 산소 탱크 등의 응급의료시설을 갖추도록 요구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권투 현실은 엄격한 라이센스 발급을 갖추는 게 쉽지 않다. 검진에 드는 의료비가 400만~500만원에 육박해 선수 개인의 부담으로 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또 선수층이 얇아 경기가 성사되기 어려운 상황에서 프로모터들이 무리하게 매치업을 하는 것도 문제다. 선수들은 안전하지 않은 상태에서 경기를 치를 우려가 크고 이것이 사망사고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최근 배기석 선수가 권투경기 후 의식불명 상태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사망한 사건이 발생, 권투선수의 안전관리가 다시 도마위에 올랐다. 지난 2007년 12월 최요삼 선수가 경기 직후 뇌출혈로 사망한 지 채 3년이 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권투계는 더욱 긴장하고 있다. 최 선수가 사망했을 당시 허술한 응급체계가 세간의 질타를 받았고 그 뒤 한국권투위원회는 의료시스템을 보완하는 노력을 기울였다. 이후 지정의사(링 닥터)는 반드시 신경외과 전문의가 맡도록 하는 등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다행히 지난 6월엔 법원에서도 의미 있는 판결을 내놓았다. 최 선수의 어머니 오모씨가 지정의사 소속 병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오씨의 손을 들어 주었다. 재판부는 권투 경기장 의료시스템이 미비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문제는 선수들의 상황이 너무 열악한 점이다. CT 촬영, MRI 촬영 건강진단서 제출도 어려운 게 권투계의 현실이다. 그래도 챔피언의 꿈을 잃지 않는 선수들의 삶이 눈물겹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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