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 '스타크'와 달리 PC방 수요 좀처럼 안올라
'스타크래프트2'가 국내에 선보인 지 3주가 다 되도록 PC방 수요를 좀처럼 끌어들이지 못하고 있다.
'스타크노믹스'(PC방 창업 등으로 이어진 '스타크래프트' 경제학)란 신조어까지 탄생시켰던 2000년 당시의 '광풍(狂風)'과는 180도 다른 분위기다.
한정원 블리자드 북아시아 총괄 대표까지 직접 PC방을 뛰며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PC방 업주들의 마음은 요지부동이다.
경기 둔화와 물가 상승으로 PC방의 살림살이가 팍팍해지면서 '스타크래프트2'에 쏟을 만한 경제적 여력이 사라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런 분위기에 대해 업계 안팎에선 "'스타크래프트'를 넘어서긴 사실상 힘들지 않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16일 PC방 순위 사이트 게임트릭스에 따르면 14일까지 '스타크래프트2'는 사용시간 점유율 3.39%로 전체 순위 11에 머물렀다. 점유율로만 보면 10년 이상 된 '스타크래프트'가 6.18%로 '스타크래프트2'를 2배가량 앞서고 있다.
비운의 대작 '워크래프트3'마저 6.32%로 4위인 점을 감안하면 실망스러운 결과다.
같은 기간 엔씨소프트의 '아이온'은 13.95%의 점유율로 88주째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카니발라이제이션'(모델 간섭 현상)을 기대했던 당초 그림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모습이다.
PC방이 대체로 '스타크래프트2'에 무관심한 이유는 PC방 유료화가 시장에 실망감을 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PC방 시장은 이미 '성숙기'로 접어들어 더 이상의 성장세를 기대하기보다는 각 경쟁사 간 점유율 제로섬 게임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 블리자드가 패키지 게임인 '스타크래프트2'에 온라인 과금 방식을 택하면서 일이 꼬였다는 분석이다.
과거 '스타크래프트'처럼 패키지 판매방식을 기대했던 PC방의 뜻과는 완전히 다른 방향을 선택한 것. 아무리 '스타크래프트2'라고 해도 전국 평균 PC방 사용료가 시간당 800원대로 떨어진 상황에서 200원 이상의 추가 이용요금은 감당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한마디로 블리자드의 욕심이 과했다는 지적이다.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 조영철 정책지원국장은 "우리는 당장 먹고 살기도 힘든데 블리자드는 PC방을 '봉' 취급하며 배만 불리려 한다"며 "온라인 과금방식으로 매출과 연계될 듯한 기대도 깨졌고 자체적인 흥행 동력도 찾기 어려워 적어도 PC방에서 '스타크래프트2'는 '스타크래프트'보다 못한 게임이 돼 버렸다"고 말했다.
문제는 PC방의 행보에 부담을 느끼면서도 블리자드가 새롭게 내밀 마땅한 카드가 없다는 점이다.
특히 PC방 과금정책은 수익성 저하를 우려해 쉽사리 포기하기 힘든 상황. 블리자드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게임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작인 '스타크래프트'와의 차이는 무엇인지, 패키지가 아닌 PC방 과금 방식은 어떤지 충분히 논의한 뒤 결론이 나왔다면 좋았을텐데, 밑도 끝도 없이 패키지 게임에 온라인 과금방식을 채택하는 바람에 논란의 빌미가 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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