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침·호흡곤란·고열… 가볍게 보다 큰 코 다쳐요

치명적인 ‘노인 폐렴’

패션디자이너 앙드레 김이 지난 12일 대장암 수술 이후 치료 중 폐렴 합병증으로 별세했다. 앞서 세상을 떠난 코미디언 백남봉씨도 폐암으로 수술과 항암치료를 받아왔지만 폐렴합병증으로 별세한 경우에 속한다. 또 코미디언 배삼룡씨, 김대중 전 대통령의 주된 사망 원인도 폐렴이었다. 이처럼 노인의 경우 다른 질병을 앓고 있다고 하더라도 결국의 사망 원인은 대부분 폐렴이다. 폐렴은 노인이나 심혈관계 질환, 호흡기 질환, 간 질환, 당뇨병, 흡연자 등에게는 치명적인 질환이다. 특히 암이나 만성질환 등을 앓고 있는 노인의 경우 폐렴합병증으로 사망할 위험이 크기 때문에 폐렴예방백신접종은 필수다.

 

■ 65세 이상 노인과 만성질환자에게 치명적

폐렴은 노인이나 만성질환자(심혈관계 질환, 호흡기 질환, 간 질환, 당뇨병, 흡연자 등)에게 치명적인 질환이다.

 

노화로 폐의 기능과 면역력이 약해진 상태여서 바이러스나 세균에 감염되기 쉬울 뿐 아니라 중증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치료에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폐렴은 세균이나 바이러스 등 미생물 감염으로 폐에 염증이 생긴 상태다. 보통 가래를 동반한 기침, 호흡 곤란, 가슴 통증, 피 섞인 가래 등의 증상이 나타나고 고열과 식욕 부진, 피로 등의 전신 증상이 동반되기도 한다.

 

젊은 사람은 약물과 통원치료, 휴식만으로 치료될 수 있지만, 노인의 경우에는 80% 이상에서 입원 치료가 필요하다. 입원기간도 15일에서 길게는 30일까지로 일반 성인에 비해 두 배 정도 길고 증세가 호전되지 않으면 사망에 이른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노인은 폐렴에 의한 사망률이 젊은 사람에 비해 3~5배 가량 높고, 폐렴으로 인한 사망자의 70%가 노인환자”라며 “앞으로 인구고령화와 만성질환자 수 증가에 따른 노인 폐렴환자 및 사망자가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 식욕저하·기력쇠퇴·기침 등 증상 땐 조심해야

 

폐렴을 단순 감기로 착각해 감기약만 먹는 경우, 염증이 더 커지고 폐렴이 악화돼 치료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 따라서 ▲38.3도 이상의 고열이 지속되고 ▲의식이 혼미하고 ▲감기약을 먹어도 전혀 증상 개선이 없고 ▲구토를 일으킬 정도로 심한 기침이 나오고 ▲호흡 수가 1분당 30회 이상으로 헐떡여 숨이 차고 ▲가래에 피가 섞여 나오는 등의 증상이 있을 때는 폐렴을 의심하고 X-ray 검사 등을 통해 정확한 진찰을 받는 게 바람직하다.

 

특히 전문의들은 65세 이상 노인의 경우 각별히 조심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이는 노인성 폐렴이 일반적인 폐렴과 달리 서서히 진행되거나 열을 동반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 병원 밖에서 감염된 노인성 폐렴 환자의 20%가 입원 당시 열이 없다는 통계도 있는데, 이는 발열 메커니즘 자체가 전신의 건강상태가 양호해야 작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초기에 발견 어렵고 진행속도 빨라

젊은 사람에 비해 사망률 3~5배

고위험군 폐렴구균백신 접종 필수

 

더욱이 설사와 열, 기침, 가래, 숨 가쁨, 기력저하 등의 증상이 나타나도 나이가 들어 생기는 당연한 증상쯤으로 여기고 방치하다 질환이 심각해져서야 병원을 찾는 경우도 많다는 게 의료진의 설명이다.

 

하지만 심한 경우, 폐 세포가 파괴되고, 호흡부전, 패혈증, 뇌수막염 등의 합병증으로 사망할 수도 있다. 노인 폐렴은 초기 발견이 어렵고 진행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감기 증상이 2주 이상 지속되거나 기침, 가래, 기력저하, 고열 등의 뚜렷한 증상이 나타났을 때에는 이미 폐렴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일 수 있다.

 

■ 노인·만성질환자는 예방접종 필수

 

세균성 폐렴을 일으키는 주원인은 폐렴 구균이다. 폐렴구균은 일반인의 약 40%에서 발견될 정도로 흔한 세균이다. 폐렴구균을 갖고 있다고 해서 모두 폐렴에 걸리는 것은 아니지만, 몸에 면역력이 약해지면 발현해 폐렴 등 폐렴구균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리고 이런 폐렴 구균질환은 패혈증과 같은 다른 2차 합병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따라서 고위험군은 폐렴구균 예방백신을 미리 접종할 필요가 있다. 폐렴구균백신을 접종한다고 해서 폐렴에 걸리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폐렴으로 인한 치명적인 합병증과 사망률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대한감염학회에서는 매년 모든 65세 이상의 성인들을 폐렴구균 백신 접종 대상자로 권고하고 있으며, 현재 국내에서 사용되는 백신은 23개 폐구균항원을 함유하고 있다.

 

이 교수는 “손 씻기와 규칙적이고 영양 있는 식사, 하루 6~8시간의 적당한 수면으로 면역력을 강화시키는 것도 백신 접종 못지 않게 중요하다”며 “또한 구강 내 세균이 폐로 들어가 폐렴을 일으킬 수도 있는 만큼 평소 양치질 등 구강 청결에도 신경 쓸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윤철원기자 ycw@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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