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만에 뒤늦게 발표된 이명박·박근혜 8·21 청와대 비밀회동의 뒷말이 무성하다. 배석자 없이 95분에 걸쳐 두 사람만이 나눈 밀담 내용이 뭣인진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여섯번 만난 가운데, 이·박 모두 가장 흡족한 회동인 덴 다 함께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 짐작 못할 것도 아니다. 박근혜는 국정 후반기를 지원하고, 이명박은 박근혜를 다음 대통령으로 만드는 데 최선을 다 한다는 밀약이 거래됐을 것으로 촌탁된다. 이를 압축한 것이 ‘국정 후반기 협조, 정권 재창출 최선’요지의 발표문이다.
회동은 두 사람 다 필요했다. 이명박은 김태호 국무총리 내정자에 대한 국회 처리를 앞두고 박근혜의 협조가 절대적이다. 만약 박근혜 계열이 반대하면 세종시 수정안 무산처럼 국회 동의가 불가능하다.
이래서 가진 회동에서 이명박은 김태호에 대한 오해를 풀기 위해서라도, 박근혜 차기 다짐이 나왔을 법 하다. 박근혜 또한 정치적 미로에 빠진 상황에서 청와대 회동 같은 전기가 필요했던 터에 망외의 차기 말이 나와 흡족했던 것으로 볼 수가 있다.
그러나 세종시 수정안 부결의 치명적 상처를 주고 받은지가 불과 얼마 안 된다. 이런 시점에서 두 사람이 얼마나 진정성을 가질 수 있었을 것인진 의아스럽다.
물론 미래의 이해관계를 위해서라면, 과거의 앙금은 묻어버리는 것이 정치의 세계이긴 하다. 그런데 현실적 이해관계에 따라서는 밀약따윈 헌신짝 버리듯이 하는 것 또한 정치의 세계다. 정치는 생물이다. 정체되지 않는 변화를 거듭한다. 앞으로 차기까지 또 무슨 변고가 일어날지 아무도 예측 못한다.
물론 이·박의 8·21 밀약은 그대로 지속되어 성공할 수 있다. 반면에 깨질수도 있다. 문제는 깨질 경우다. 그 땐 이·박 간에 숨겼던 이야기를 서로 ‘아전인수’식으로 토해낼 것이다. 회동이 아예 진정성이 없었다는 말도 나올만 하다. 이·박 8·21 청와대 밀회는 서로가 정치 생명을 건 도박이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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