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학교’는 외국인 투자유치를 위해 경제자유구역에 설립된 학교다. 당초 외국인 정원의 5% 내에서 내국인을 선발할 수 있도록 제한했다. 그러나 지난해 경제자유구역 및 제주국제자유도시의 외국국적 교육기관 설립· 운영에 관한 특별법이 개정돼 2011년까지 설립승인을 신청한 외국교육기관의 경우 내국인 입학생 비율이 5년 동안 정원의 30%까지 보장됐다. 일반 외국인학교와 달리 해외 체류 3년 이상이란 자격 제한이 없고, 면접과 필기시험 등을 통해 선발해 영어만 잘하면 누구나 입학이 가능하다.
오는 9월7일 개교하는 인천 송도의 국제학교 ‘채드윅 송도국제학교’를 예로 든다. 모든 교과 과정을 영어로 진행하는 이 학교는 총정원이 2천80명으로 지난 6월, 1차로 유치원생 40명, 초등생 200명, 중등생 40명 등 280명을 선발했다. 학교 측은 정확한 내·외국인 학생 수를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외국인 학생은 10~20명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국인이 무려 90%를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외국인 입학생 중 상당수는 이 학교에 근무하는 외국인 교사 35명의 자녀들이며 외국투자기업 소속 외국인들의 자녀는 거의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제자유구역내 국제학교가 내국인들이 대거 몰리면서 ‘무늬만 국제학교’가 된 것은 외국인 투자유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음에도 입학자격을 크게 완화했기 때문이다. 인천 송도국제도시는 2003년 국내 최초로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됐지만 외국인은 33개 외국기업체 651명만 체류 중이다. 송도·영종·청라지구를 모두 합해도 상주 외국인은 1천334명이 전부다. 문제는 인천지역엔 채드윅 이외에도 송도 1곳, 영종 2곳, 청라 1곳 등 모두 5곳에서 국제학교 설립이 추진되고 있는 사실이다.
상황이 이러해 송도엔 국제학교 진학을 전문으로 하는 영어학원이 수두룩하다. 국제학교가 또 다른 사교육을 조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외국인에게 양질의 교육환경을 제공해 외자유치를 가속화하기 위한 국제학교가 한국학생들의 또 다른 특목고로 변질되는 양상이다. 인·허가 기관인 교육과학기술부가 “설립 초기엔 내국인 위주로 운영할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면이 있다”고 변명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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