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과 카터

8월 넷째 주말의 북·중·미 숨바꼭질이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은 뭣일까?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평양에 도착한 하루 뒤인 26일 김정일 북측 국방위원장은 중국 잠행길에 올랐다. 카터는 일정을 하루 더 늦췄으나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만 만나고, 김정일 면담은 불발된 채 억류된 미국인 곰즈를 데리고 27일 귀국했다.

 

“카터는 미국 정부와 전 대통령의 이름으로 곰즈의 불법 입국에 대해 사죄하고 재발 방지를 다짐하면서, 위대한 장군님께서 특사권을 행사해 돌려보내 주실 것을 요청하는 편지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통해 올렸다”는 것은 조선중앙통신의 발표문이다.

 

“김정일 면담 불발은 모욕이다”란 것은 미국 방송 CNN의 보도다. 카터의 방북엔 오바마의 메시지가 없긴 했다. 억류된 자국민을 데려오는 어디까지나 곰즈 석방의 미국 자존심 되찾기가 목적이었다. 그러나 미국의 전직 대통령 체면을 구긴, 잃은 자존심도 있는 것이 이번 카터의 방북이다.

 

손님을 불러놓고 중국으로 훌쩍 떠난 김정일의 카터 따돌리기는 다분히 의도적이다. 물론 중국과 약속된 일정이 있었던 것이나, 카터 방북 일정을 두고, 미국 측에 한마디 사전 설명이 없었던 것은 노골적인 ‘통중봉미’의 홀대다.

 

김정일이 김일성 성지라는 지린(吉林)성을 거쳐 창춘(長春)에서 후진타오 중국 주석과 정상회담을 갖는 과정의 이동이 베일에 가려진 것은 흥미롭다. 일본 NHK 방송은 형체도 알아볼 수 없는 김정일의 희미한 동선 사진을 마치 특종처럼 보도했다. 김정일의 이동이 공개되지 않은 건 물론 신변 보호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자유진영 언론의 관심을 더 유발하는, 저들로서는 신비감 조성의 의도 또한 없지 않다.

 

김정일의 셋째 아들 김정은 동행 여부에 관심이 모이고 있지만, 동행을 했건 안 했건 간에 분명한 것은 3대 세습에 중국 지도부의 인준을 구했다는 사실이다. 북이 지구상에서 믿을 곳은 중국밖에 없다. 중국은 이런 평양정권을 동북아 정세에 최대한 이용한다. 동북아 정세가 100년 전, 중국·일본·미국·러시아 등 열강의 각축을 방불케 한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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