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년 간 육군에서 발생한 자살 사건 중 언어폭력으로 자살을 결심하게 된 것으로 분석된 사례가 27%나 된다.
‘하루라도 빳다 안 맞고 욕 안 먹으면 불안해서 잠이 안 온다’는 군대 시절 추억담이 아니다.
육군 법무관실이 만든 ‘군 내 언어폭력, 이대로 좋은가’라는 시사인권 가이드 자료다.
2008년 00사단 환경시설관리병으로 근무하던 한 병사가 오폐수처리장 지하 1층 난간에 목을 매 자살했다.
상급자에게 “개ㅇㅇ, 죽을래” “야구방망이 가져와, △△을 깨버리겠다” 등 욕설을 듣고 모욕감을 못 이겨 자살했다.
병영 언어폭력 가운데 대표적인 게 출신이나 배경을 들어 부하의 능력을 비하하는 폭언이다.
예컨대 한 중대장이 소대장에게 “내가 아는 ㅇㅇ 출신들은 안 그러는데 너는 왜 그러냐” “ㅇㅇ 출신이라 천군만마를 얻은 줄 알았는데 보니까 이거 뭐 이등병만도 못하군”하는 식이다.
한 부사관은 이등병에게 업무 내용을 외우게 한 뒤 이를 못하자 “돌머리냐, 자살해라. 내 이름은 적지 말고 죽어라”라고 폭언했다.
일부 교사들의 언어폭력도 위험수준을 넘었다.
학생들의 상처를 보듬고 바른 길로 인도해야 할 교사들이 아이들의 마음에 상처를 준다.
한 고교 교사가 흡연측정기를 들고 교내 단속에 나섰는데 학비와 급식비를 지원 받는 학생이 걸렸다.
그 교사는 “학비까지 지원 받는 놈이 담배 살 돈은 있나 보지?
내 세금으로 학비와 급식비를 지원받는 주제에”라고 면박을 줬다.
한 초등학교 3학년 학생은 알림장에 부모 도장을 받아오지 않았다고 담임교사로부터 “엄마 아빠가 모두 죽었느냐” 는 폭언을 들었다.
또 한 중학생은 보충수업을 안 받는다는 이유로 담임 교사로부터 “엄마는 술 먹고 담배 피우니, 네 아빠는 술 먹고 때리냐” 등의 막말을 들었다.
일반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조울증 3급 장애학생에게 “이 x x가 어떻게 일반 학교에 왔는지 이해가 안 된다. 구제불능이다” 라고 욕설을 퍼부운 교사도 있다. 국가인권위원회에 접수된 사례들이다.
더욱 심각한 노릇은 “교사도 사람이다. 교육 외에 잡무 등 쌓이는 스트레스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언어폭력 교사를 두둔하는 동료 교사들이 적잖다는 사실이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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