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지역쌀과 특산물을 주요 재료로 사용한 토속 막걸리가 속속 등장하고 있어 애주가들을 즐겁게 만든다. 막걸리 원산지표시제와 막걸리품질인증제도가 8월부터 시행된 이후 나타난 새로운 현상이다. 지방자치단체가 막걸리 개발을 적극 지원하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쌀농사를 장려하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그동안 지역 내 막걸리 사업을 장려해온 지자체들은 막걸리 원산지표시제 실시와 함께 지역 막걸리 업체와 손잡고 막걸리 사업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지자체들은 지역 막걸리업체에 지역쌀로 막걸리를 생산하도록 유도하고 대신 막걸리 업체에 설비와 디자인·패키지 개선, 공동 유통, 제품 홍보, 판로 확장 등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협력한다. 지자체들은 또 우수 막걸리를 농민주로 추천해 주세를 현행 5%에서 2.5%로 경감해 준다.
경기도의 경우 산하 경기도농업기술원과 경기도 2청 농정과에서 각각 전통주 연구와 전통주 활성화를 맡고 있다. 특히 경기기술개발원은 경기 농특산물을 활용한 막걸리 제조기술을 제조업체에 이전, 상품화함으로써 신제품 산실로 부상했다. 경기도 농특산물인 자색고구마를 이용한 자색고구마 막걸리는 경기도농업기술원에서 개발해 배해정누룩도가가 상품화한 제품이다. 7월엔 천년초 선인장을 사용한 발효주 제조기술을 이곳에서 이전 받은 배다리술도가가 천년초 선인장 막걸리를 출시했다. 이 막걸리는 고양시에서 생산한 유기농쌀과 손바닥 선인장 영농조합법인이 재배한 천년초만 사용해 만들었다.
포항쌀에 우뭇가사리를 작은 입자로 분쇄해 만든 막걸리 영일만친구는 포항시 요청으로 포항공대와 포항테크노파크가 공동으로 개발한 제품이다. 포항시 박승호 시장은 영일만친구 막걸리만 마시겠다고 선언하고 조찬 모임에서 식사 대용으로 막걸리에 날달걀을 풀어 마시는 등 막걸리 전도사를 자처하고 나섰다. 포천쌀막걸리, 당진 백련막걸리, 예산 황토사과막걸리, 강진 설성동동주, 광주 울금막걸리, 금산 인삼막걸리, 청송 대추막걸리. 평창 메밀막걸리, 복분자막걸리 등 지역특산물로 빚은 술이 많다. 관공서가 막걸리 생산을 권장하고 농업기술원이 막걸리를 개발하는 별난 세상이 됐다. 추석을 맞아 전국 방방곡곡에 막걸리가 넘쳐나 안 마셔도 기분이 좋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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