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 신문지 같은 옷가지들 벗기고
눅눅한 요 위에 너를 날것으로 뉘고 내려다본다
생기 잃고 옹이 진 손과 발이며
가는 팔 다리 갈비뼈 자리들이 지쳐보이는구나
미안하다
너를 부려 먹이를 얻고
여자를 안아 집을 이루었으나
남은 것은 진땀과 악몽의 길뿐이다
또다시 낯선 땅 후미진 구석에
순한 너를 뉘었으니
어찌하랴
좋던 날도 아주 없지는 않았다만
네 노고의 헐한 삯마저 치를 길 아득하다
차라리 떠날까도 싶어 네게 묻는다
어떤가 몸이여
어느 지하역에 쓰러져 잠든 몸을 슬쩍 빠져나온 마음이 제 몸을 내려다보며 부르는 이 노숙자의 나직한 노래는 애달프다. 마음이 함부로 꿀렁꿀렁 굴려온 고물 자동차 같은 몸, 진땀과 악몽뿐인 풍찬노숙의 生, 따지고 보면 망가질 때로 망가진 몸의 가해자는 바로 마음 아니던가, 아직은 살아서 날것으로 가르랑거리며 끊어질 듯 몰아쉬는 병든 몸에서 내려 이제 헤어지자 묻는 야속한 마음아! 자꾸 서두르지 말아라. 길가에서 깜박 선잠 든 사이 활짝 마음 피운 민들레 홀씨 날리듯이, 언젠가 몸이, 너 마음, 가볍게 허공에 부릴 때까지. <이덕규·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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