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엿장사 마음이다’라는 속담이 있다. 옛날 엿은 가락엿이 아니고 떡판엿이 많았다. 엿판에 끌을 대고 가위로 쳐서 떼어 파는데, 같은 돈이라도 일정치 않고 엿이 많고 적고 했다. 또 사는 사람이나, 아이에게 정감이 갈 땐 더 많이 떼어주기도 했다. 많이 주고 적게 주기는 그야말로 엿장사 마음먹기에 달렸었다.
국회가 엿장사 마음인 것 같다.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자릴 바꾼 임태희 의원의 국회의원 사직서 처리가 내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 되지 않으면 성남 분당을 그의 선거구가 오는 10월27일의 재보선에서 제외된다. 10·27 재보선에 들려면 9월30일 안에 처리돼야 하는데, 이달은 16일 하루만 본회의를 열기로 돼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내일 본회의에 앞서 여야가 임태희 의원의 사직서 처리안건 상정이 전격적으로 합의되면 또 몰라도,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
임태희 대통령비서실장이 국회의원 사직서를 낸 것은 지난 7월이다. 이런데도 여야는 암묵적으로 사직서 처리를 늦추고 있다. 그 이유가 고약하다. 성남 분당을 선거구 한 군데서 이겨봐야 실익이 있는 것도 아니고, 만일에 지면 대통령 실장 지역구도 지키지 못했다는 상처만 입는 위험 부담을 갖는다는 게 한나라당의 속셈이다. 민주당 사정도 다르지 않다. 10월3일의 전당대회 몰입으로 10·27 재보선에 신경쓸 경황도 없고, 또 새 지도부가 들어선 직후에 갖는 선거에서 혹시 지면 이도 모양새가 좋지않다는 계산이다. 결국 여야가 은근슬쩍 10월 선거를 피하고 있는 것이다.
일이 이렇게 되면 성남 분당을 보궐선거는 내년 4월이나 치루게 되는데 문제가 적잖다. 우선 지역구를 이토록 무단히 반년이나 더 비워둬도 되느냐는 유권자들 이의가 제기될 수 있다. 또 10월 선거에 출마하려고 잔뜩 목을 대고 기다리고 있는 예비 후보군의 공무담임권을 제한하는 것이 된다.
국회가 엿장사 마음 같지만 참 나쁘다. 예전의 진짜 엿장사 마음은 그래도 남에게 피해를 주진 않았다. 그런데 국회는 국민에게 피해를 준다. 참 나쁜 국회다. 임양은 주필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