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왕조는 27명의 왕이 승계하면서 519년간 지속했다. 중국 역사를 돌이켜 봐도 500년 이상 유지된 왕조를 찾아보기 어렵다. 한 나라 400년 역사도 전한, 후한 각 200년을 합한 것이다. 당 나라도 300년이 채 안 되는 왕조였다. 송 나라도 남송, 북송을 합쳐 겨우 300년 남짓 존속했고 원나라도 겨우 160여년 만에 멸망했으며 명나라와 청나라도 300년을 넘기지 못했다.
한 왕조가 500년을 지속한다는 것은 그냥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조선이 500년 넘게 유지될 수 있었던 비결은 부패를 방지하려 한 노력이 첫번째다. 여러 권력 사이에서 견제와 균형의 정치 역학이 작동하는데 핵심적 기능을 한 대간(臺諫), 감찰, 암행어사 제도가 권력 부패를 막았다. 대간은 관료를 감찰 탄핵하는 임무를 가진 대관(臺官)과 국왕을 간쟁(諫諍)하는 임무를 가진 간관(諫官)을 합쳐 부르는 말이다. 조선의 대간은 왕권과 재상권을 동시에 견제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보장을 받았다.
태종이나 세조는 대간에 대해 탄압으로 일관했지만, 유교적 정치이념이 고양된 성종에 이르러서 대간의 활동은 활발해졌다. 성종 때 대간에 의해 탄핵당한 고위 인사는 2천700여명에 달한다. 한명회는 성종 치세 기간에 무려 107차례에 걸쳐 대간으로부터 탄핵을 당했을 정도다. 대간은 최고의 실력과 강직한 성격을 지닌 사람을 뽑았다.
감찰은 사헌부의 하급관원이었지만 곳곳에 파견돼 일반 관리들의 부정부패를 감시하고 적발했다. 감찰의 감시는 미치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로 광범위했고 자체 정화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공식 석상에서의 행위는 물론이고 일상생활 중에 범한 불법행위도 감찰의 대상이었다. 어사 박문수로 유명한 암행어사 제도는 지방 수령과 토호들의 전횡을 막고 민생을 안정시키려 한 조선왕조의 남다른 노력의 산물이다.
암행어사는 대체로 장래가 촉망되는 젊은 관료를 선발했다. 조선시대 저명인사 중에는 암행어사를 역임한 인물이 많다. 이황, 채제공, 정약용 등이 암행어사 출신이다. 현대판 암행어사들의 활약을 보고 싶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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