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귀성은 한국·일본·중국 등 동양 삼국의 전래풍습이다. 서구사회 명절은 동양처럼 두드러지진 않다. 귀성은 전통문화다.
문명의 발달과 함께 구시대 문화는 사라져 간다. 전통문화 또한 많이 사라졌다. 이런 가운데 유독 귀성문화는 갈수록 더 성행하는 덴 연유가 있다.
농경문화시대에는 가을걷이가 끝나고나면 할 일이 별로 없다. 이래서 서로 일가친척을 찾아 왕래가 많은 것이 추수 이후의 이듬해 농사철까지다. 사촌 육촌은 말할 것 없고, 사돈네 팔촌도 찾는다. 지금처럼 자가용 차가 있는 것도 아니다. 교통도 불편하여 흔히 백리길쯤은 걷기가 예사였다.
산업사회 들어 계절적 휴식기간이 없어지더니, 정보화시대가 되어서는 더 바빠졌다. 자가용 차도 있고, 컴퓨터가 있는데도, 옛날과는 비할 수 없이 일이 많아져 사촌, 육촌은 고사하고 부모형제도 자주 못찾아보는 사회가 됐다. 생활문화가 복잡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일년에 설과 추석명절 두 번이다. 이의 귀성문화는 뿌리찾기다. 내가 누구며, 우리의 가족이 어떤 사람들인가를 확인하는 것은 곧 정체성 찾기다. 인성의 재발견이기도 하다.
만약 이 삭막한 세태에서 명절 귀성 풍습마저 없었다면 우리의 가족문화, 정신문화는 피폐를 면치 못했을 것이다. 몇천만명의 대이동이라고 한다. 또 연휴가 있다. 이를 사회적 소비로 보는 것은 잘못이다. 사회적 소비가 아닌 사회적 에너지다. 간접생산 요인이기도 하다.
명절에 고향가는 길이 아무리 어려워도 짜증을 낼 수 없는 것은 귀성길은 가슴 설레이는 기대가 충만하기 때문이다. 해마다 가도 갈 때마다 새삼스런 것은 인간으로서의 오성(悟性)의 발견이다.
고향에 가면 이런 사람 저런 사람들을 만난다. 참으로 오랜만에 만나는 사람들도 있다. 모처럼의 만남이 좋은 만남이 되기 위해서는 덕담이 으뜸이다. 명절 귀성에서의 자기 과시는 팔불출에 든다. 좋게 기억되는 고향길이 되면, 이도 추억거리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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