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폭탄 맞은 부천 수해복구 현장
“전기도 끊기고 수돗물로 나오지 않아 올 추석 내내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습니다.”
23일 오후 부천시 오정구 신흥동 H스위트빌. 추석 연휴 첫날인 지난 21일 내린 기습 폭우로 변압기와 발전기 등이 있는 지하 1층이 침수되면서 단전·단수가 된 아파트 주민들은 암흑 속에서 추석을 보내야 했다.
다음날 새벽 전기는 긴급 복구됐으나 수돗물은 여전히 공급되지 않아 이날 오후까지 식수를 공급받기 위해 물통을 손에 들고 온 식구가 총 출동, 길게 줄을 서야했다.
차례 준비하다 날벼락… 침수·단전·단수 피해 속출
대부분 기초수급자·외국인노동자들 안타까움 더해
이 아파트 관리인은 지난 21일 오후 4시께부터 물이 들이 닥쳐 모래주머니로 입구를 막아보려고 했으나 폭우로 밀려드는 빗물을 감당할 수 없었다고 안타까워했다.
추석을 앞두고 차례상에 올릴 음식을 준비하던 주민들은 전기도 끊기고 수돗물도 나오지 않아 암흑 속에 하루를 보낸 뒤 22일 전기는 응급복구 됐으나 상수도 시설의 배관 등에 빗물과 함께 쓸려온 쓰레기와 흙더미로 현재까지 생활에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아파트 입구에는 부천시에서 동원한 식수차량에 주민 40여명이 30여m 이상 길게 줄지어 서 있었으며 대한적십자의 세탁봉사차량이 물에 젖은 이불과 옷가지를 세탁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또 신흥동 일반 주택들도 침수피해를 입어 골목마다 젖은 이불과 가재도구가 담벼락에 널려 있었으며 곳곳에 쓰레기더미와 오물들이 쌓여 있는 등 당시의 참상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더욱이 이 지역에는 145가구 250여명의 기초생활수급자들을 비롯해 외국인 노동자들이 지하 단칸방 등에 거주하고 이들 대부분이 침수피해를 입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한모씨(61·여)는 “늙은 노인이 혼자서 밀려드는 빗물을 막을 수 없었다”면서 “물이 정강이 정도까지 차 올라왔을 때는 이제 죽었구나, 싶었다”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와 함께 오정구 삼정동 아파트형 공장인 쌍용테크노파크내 892개 입주 업체들도 폭우로 지하 공장에 물이 차거나 공동 시설인 에어콤프레셔 등을 작동할 수 없어 당분간 공장을 가동하지 못하게 돼 애를 태우고 있다.
이곳에는 공장 건물 11개소의 지하 1·2층이 모두 물에 잠겨 지하 1층에 있는 61개 업체와 한국생산기술연구원 금형기술지원센터 등이 완전 침수돼 공장 가동 중단과 함께 수백억원대의 재산 피해를 입었다.
관리단 관계자는 “지하에 입주한 업체는 기계정밀이나 전기·전자 업체들이어서 장비가 대부분 고가”라며 “부재 중인 공장들이 많아 각 업체의 피해 금액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훈·최원재기자 chwj74@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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