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전문 - 정진규(1939~)

별들의 바탕은 어둠이 마땅하다

 

대낮에는 보이지 않는다

 

지금 대낮인 사람들은

 

별들이 보이지 않는다

 

지금 어둠인 사람들에게만

 

별들이 보인다

 

지금 어둠인 사람들만

 

별들을 낳을 수 있다

 

 

지금 대낮인 사람들은 어둡다

 

 

사는 게 팍팍했던 시절, 밤하늘의 별들을 올려다보면 서러웠다. 가 닿을 수 없는 희망처럼 멀고 멀어서 서럽고 또 서러웠다. 그래그래 너희들 맘 다 안다는 듯이 별들도 글썽거렸다. 가끔 가녀린 숨을 고르며 간신히 어둠에 종사하던 희미한 별 하나가 어깨 너머로 튕긴 쓴 담뱃불처럼 아뜩한 현기증을 일으키며 뒷산 너머로 떨어졌다. 다음날 그걸 주우러 갔다가 엉뚱하게 이웃 동네 애들과 싸움만 하고 마음이 어둑해서 돌아오던 길, 대낮인데도 별 하나가 가만히 내려와 내 가슴속으로 들어왔다. 그런데 이제 한밤에도 대낮처럼 밝혀놓은 양계장의 닭처럼 우리는 불면의 밤을 지새우며 환한 문명의 알전구를 낳는다. 문명의 불빛이 환해지는 만큼 별들이 사라진다. 별들의 바탕이 없어지고 있다. 우리들 가슴 속에 수없이 뜨고 지던 별들이 살 곳이 없어졌다. 별들을 낳던 무궁한 어둠의 자궁에 누가 자꾸 불임 수술용 조명을 들이대고 있다. <이덕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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