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화령전(華寧殿)’은 화성성곽을 축조할 때 건축한 것으로 아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렇지 않다. 조선조 22대 정조대왕의 아드님 23대 순조(純祖)가 1801년 순조 원년에 세운 전각(殿閣)이다. 순조는 부친이신 정조대왕이 사도세자를 지극한 효성으로 받든 유덕을 기리고자 정조의 영정(影幀)을 화령전에 모셨다. 순조의 효심으로 지어진 전각이다.
화령전은 조선말까지도 제조위장(提調衛將) 이하의 관리를 두었고 화성유수(華城留守)와 판관들이 관리토록 하였다. 해마다 제향을 드렸으며 그때마다 노인들을 초청하여 공경케 하는 풍화당(風化堂)을 지었다. 풍화당에선 노인들의 시회(詩會)를 열고 주연을 베풀어 경로사상을 일깨웠다.
정전(正殿)인 운한각(雲漢閣) 앞뜰엔 작약을 가득 심어 향기가 화령전 전체에 진동하였고 팔지송(八枝松) 소나무도 심어 경치가 좋았다. 운한각엔 정조대왕의 진영(眞影)을 모셔 백성들이 숭배하는 마음으로 화령전을 받들었다. 그러나 1910년경 일인들의 강압에 의해 정조대왕 어진을 서울로 옮겨 모시게 돼 수원 백성들이 땅을 치며 울부짖고 반대하였으나 막지 못했다. 불행하게도 진영은 보전처를 몰라 90여년 세월을 화령전에 어진이 봉안되지 않았었는데 2004년 어진 화가로 저명한 우당(友堂) 이길범(李吉範) 선생이 2004년 군복을 입은 정조대왕의 영정을 재현했다. 화성장대. 동장대 등에서 군병을 지휘하는 모습이 마치 생전처럼 신성하다.
‘9월의 하늘을 이고 옥잠화 피었네 / 하늘의 무게만큼 내려 앉아 젖은 오후 / 누군가 문득 문을 열고 들어오는 발소리 // 신풍루 넓은 뜰에 울리는 북소리 / 아비 잃은 어린 세손 성군이 되셨구나 / 통한의 사부곡으로 한평생이 흘렀네 // 만백성 섬기면 그 또한 부모거늘 / 굽은 등 곧게 펴고 꼭 한번 우러러 뵐 / 나라님 크신 어깨에 오색 빛 찬란하다’ -임애월 시조 ‘화령전 옛뜰에서’
화령전에선 별시(別試)를 열어 인재를 뽑는 과거장(科擧場)이기도 했는데 순조는 한양에서의 과거시험을 여기서도 거행했다. 효심과 시심이 깃든 화령전에서 오는 23일 한국경기시인협회가 주관하는 제1회 정조대왕 숭모 전국백일장이 개최돼 더욱 뜻 깊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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