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도 한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
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
가을볕으로나 동무삼아 따라가면,
어느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나고나.
제삿날 큰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
해질녘 울음이 타는 가을 강을 보것네.
저것 봐, 저것 봐,
네보담도 내보담도
그 기쁜 첫사랑 산골 물소리가 사라지고
그 다음 사랑 끝에 생긴 울음까지 녹아나고
이제는 미칠 일 하나로 바다에 다 와 가는
소리 죽은 가을 강을 처음 보겄네.
온갖 회한이 굽이쳐 흐르는 저 노을 비낀 가을 강을 보라. 첫사랑, 그 맑은 산골 물이 흘러 그 다음 두 번째 세 번째 시냇물 같은 사랑이 흘러 흘러 생애 단 한 번도 이루지 못한 사랑을 안고 흘러 흘러 이제는 미칠 일 하나로 바다에 다 와 가는 저 실패한 사랑의 처연한 물빛을 보라. 아 그러나 조용히 장엄하게 죽어가는 저 사랑의 아름다운 끝물을 보라. <이덕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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