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경위 자동승진제 역기능이 심각하다. 전엔 시험승진제였던 것이 일정한 연한이 차면 절로 승진하게 되면서 경위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경위는 간부다. 엄격히 말하면 경찰관이란 경위 이상부터다. 이에 비해 경사 이하는 경찰리다. 평생 경찰에 몸담아 정년을 명예로운 간부로 퇴직케 하기 위해 시작한 것이 경위 자동승진제다. 그러나 수년이 지나면서 경위가 넘쳐나 계급은 올랐지만, 직급은 떨어졌다. 경사가 맡았던 직책을 맡는 예가 허다하다.
경찰청은 내년에 경위 1천25명을 경감으로 특진시킬 계획이다. 경위가 너무 많아 더 이상 인사적체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종전엔 경감 승진자가 연간 2백명에서 많아야 4명백가량이었다. 1천명 이상 늘린것은 파격적이다. 심사와 시험을 각 50%씩 병행하는 방법으로 승진자를 선별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경감이 되어도 또 그렇다. 경감으로 승진되는 것은 좋겠으나 보직은 예를 들면 파출소 소장이다. 예전엔 경사가 하던 파출소 소장을 경위가 하다가, 이제는 경감이 하게 되는 것이다. 경찰관 계급이 지금과 달랐을땐 을지 경찰서는 경감이 서장이었다. 경위-경감-경정-총경-경무관-치안감-치안정감-치안총감 등 현행 8등급과는 달리, 경위-경감-총경-경무관-치안국장 5등급 일 때다.
치안수요도 늘고 경찰도 증원돼 직제개편이 불가피했지만, 계급의 가치가 떨어지는 보직 인플레이션 현상은 마뜩치 않다.
앞서 예를 든 파출소 소장이 경위라고 하여 경사가 하는 것보다 꼭 더 잘한 것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앞으로 경감이 한다고 해서 경위가 소장이던 것보다 파출소가 더 잘 운영되는 것 또한 아니다. 파출소장 사람 나름이다.
이러한 경위계급의 경감 승진 대폭 확대 등에 더 드는 국가예산이 자그만치 25억원이다. 예년의 배 이상 승진시키는데 소요되는 인건비 등이 이처럼 많다. 보직은 낮추면서 계급은 올리는 것이, 과연 인력의 효율적 관리에 합치되는 지 의문이다. ‘못난 아재비 항렬만 높다’는 속담이 생각난다. 임양은 주필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