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의 순혈주의

평양정권 3대 세습은 권력의 순혈주의 승계다. 왕조세습의 순혈주의와 같다. 현대판 김씨왕조 순혈주의 세습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다.

 

조선로동당 대표자회가 열린 지난달 28일 조선중앙방송은 김일성의 젊었을적 사진을 김정은 사진에 오버랩시켜 되풀이해 방송했다. 이른바 수령이미지의 연상효과를 노린 것이다.

 

김일성이 사망한 것은 1994년 7월8일이다. 벌써 16년이 지났는데도 평양정권의 주석은 아직도 김일성이다. 후임주석이 없다. 공식 문서의 주석 이름은 여전히 김일성이다.

 

지난 대표자 회의가 열린 곳은 금수산기념궁전이다. ‘주체의 성지’라고도 한다. 김정일이 당 대표자 회의를 주관한 단상 뒤엔 거대한 김일성 입상이 세워져 있다. 할아버지에서 아들 손자에 이른 권력세습에 저들 나름의 정당성을 순혈주의로 상징하였다.

 

김씨왕조의 순혈주의는 김일성 선대까지 미화하고 있다. 김일성의 아버지 김형직이 3·1운동을 주도하고, 1866년(고종5년) 대동강을 거슬러 평양까지 침략한 미국 상선 셔먼호를 불태워 혼낸 민간인 주동자가 김일성 할아버지라는 것이다.

 

김일성의 가계는 괜찮은 집안이다. 아버지 김형직은 한약방을 했다. 어머니 강반석은 원래가 기독교 집안이다. 강반석의 오빠되는 강양욱, 그러니까 김일성의 외삼촌인 그는 목사 출신이다. 그 강양욱이 평양정권 수립 초기에 국회의장격인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다.

 

형들을 제치고 후계자가 된 것은 세자 책봉이다. 나이 27세의 젊은 대장 김정은, 로동당 중앙위원에 당중앙군사위 부위원장에게까지 앉힌 그의 아버지 김정일의 낙점은 할아버지인 김일성의 카리스마로 시작된 순혈주의의 후광인 것이다. 쟁쟁한 원로들이 김정은 앞에서 눈높이 박수로 열렬히 환영하는 것은 김일성을 대하는 것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김정일 사후다. 김정은의 권력기반이 취약한 가운데, 김정일이 없는 사후에도 권력의 순혈주의 시효가 지금처럼 살아있을지는 의문이다.  임양은 주필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