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지난 2007년 3월19일, 한나라당 탈당 3년6개월 만이다. 손학규가 민주당 10·3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마치 뻐꾸기를 보는 듯 하다. 뻐꾸기는 알을 오목눈이 같은 다른 새둥지에 낳는다. 오목눈이는 뻐꾸기 알을 자기 알로 알고 품는다. 이렇게 해서 부활된 새끼 뻐꾸기는 어미 오목눈이가 먹이사냥을 나가고 없을 적에 새끼 오목눈이를 둥지 밖으로 밀어내어 떨어 뜨린다. 뻐꾸기 부화가 며칠 더 빠르기 때문에 새끼 뻐꾸기가 새끼 오목눈이보다 힘이 더 센 것이다. 새끼 뻐꾸기가 둥지 안 벽에 기대어 물구나무를 선 안간힘으로 새끼 오목눈이를 밀어내는 억척은 처절하다. 어미 오목눈이는 이런줄 모르고 뻐꾸기 새끼를 자기 새끼로 알고 먹이를 먹여 키운다.

 

손학규는 한나라당 대선 주자였다. ‘준비된 후보’라는 평판도 있었다. 경기도지사 임기 직후에 가진 100일 민심탐방 대장정은 전례없는 정치인의 민생체험이었다. 그런데도 이명박, 박근혜에 비해 좀처럼 뜨질 못했다. 결국 고사 위기를 느껴 탈당했다. 민주당 측 콜에 “나는 불쏘시기가 아니다”라던 그가 제발로 걸어 민주당에 입당했다.

 

민주당 대표 당선은 극약 처방이었던 한나라당 탈당 모험이 일단은 성공했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반대로 한나라당엔 한이 맺혔다. 당선 첫날 “이명박 정권 폭정…” 을 들먹인 것은 그같은 한풀이다. 그래서인지 이명박 정권을 비난할 때면 그의 눈은 독사 눈으로 변한다.

 

민주당의 손학규 선택은 괄목할 변화다. 정동영·정세균 등 전통적 호남세력 지배에서 벗어난 게 이번이 처음이다. 한나라당은 뻐꾸기 부화를 이미 경험했다. 민주당 또한 뻐꾸기 새끼를 키우는 건지 아닌지는 더 두고 볼 일이다.

 

손학규의 진보주의 열변은 생뚱맞을 때가 있다. 젊었을 적에 좌파 운동을 한것은 알지만, 우파로 전향한 것이 장관 국회의원 등 고관 현직을 지낸 한나라당이다. 이를 되돌려 또 좌파노선을 강조하는 것은 김대중·노무현 세력에 영합하기 위한 선명성 부각의 살아남기 전략이다.

 

어떻든 손학규는 그처럼 소망한 대선 후보 대열에 한걸음 더 가깝게 접근했다. 좌파 변신에 당부해 둘것이 있다. 종북주의자가 되어선 미래가 없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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