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언론인과 학자가 함께 저술한 ‘대통령의 오판’은 국가지도자의 판단 착오가 엄청난 손실을 초래한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미국 독립전쟁의 영웅이자 ‘국부’로 추앙받는 조지 워싱턴은 단 한 번의 오판으로 기나긴 세월 동안 정치적 치명상을 입었다. 독립전쟁 직후 재원 확보를 위해 위스키에 세금을 부과하자 시골 오지의 서민들을 중심으로 폭동이 일어나 3년이나 지속돼 많은 사상자를 냈다. 이 폭동으로 인해 워싱턴의 연방당은 몰락하고 민주공화당으로 정권이 넘어갔으며 장장 60여년 동안 연방주의자들은 힘을 못 썼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2차 세계대전 때 일본 공군이 진주만을 폭격하자 12만명에 이르는 일본계 미국인들을 포로수용소에 강제격리하도록 지시했다. 분별력이 뛰어났던 루스벨트였지만 인권국가의 이미지에 먹칠을 하는 결정을 내렸다. 성공한 대통령도 오판이 있었는데 실패한 대통령들의 오판이 남긴 후유증과 파장은 오늘날도 비판을 받는다. 닉슨 대통령은 국민과 언론, 심지어 작전을 수행하는 요원에게까지 비밀에 부치고 캄보디아를 무차별 폭격해 수 많은 민간인이 죽고 제3세계에 ‘미제국주의 타도’ 바람을 촉발시켰다. 당대엔 비판받던 대통령의 정책이 후대에 이르러 재평가받거나 칭찬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승만·박정희 대통령 등 과거 대통령의 일부 치적이 긍정적으로 평가받는 사례들이 적잖다.
대통령의 오판에 이르는 과정은 몇 가지 ‘실패의 법칙’이 발견된다. 첫째, 대통령이 자신의 능력과 인기를 과신한다. 둘째, 참모들이 정보를 왜곡하는 경우가 많다. 셋째, 대통령이 결정적인 순간에 모호한 태도를 취한다. 넷째, 사건 발생 초기에 방치하거나 반대로 과잉대처해 상황을 악화시킨다. 다섯째, 모든 책임은 대통령에게 귀결된다. 결국 권력자의 추락은 정책 자체보다 정책을 추진하는 절차나 방법 때문에 빚어지는 경우가 많다.
누구든지 전폭적인 지지를 받긴 힘들다. 지금 오바마 대통령의 판단이 전부 옳다고 평가하지는 않는다. 이명박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대운하 건설, 세종시 이전, 4대강 사업, 대북관계 등등을 놓고 찬반이 극심하다. ‘대통령의 오판’을 청와대가 정독했으면 좋겠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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