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데뷔쇼

지난 10일 로동당 창건 65주년 기념 인민군 열병식은 텔레비전 녹화의 토막 방송으로만 보아도 정말 대단하다.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이 행사의 공연참가 여성들은 주석단에 앉은 김정일·김정은 부자를 바라보며 감격의 눈물을 줄줄 흘리기도 했다.

 

평양정권이 이를 세계 언론에 개방하고 인민에게 실황 중계방송 한 것은 의도적이다. 그야말로 김정은 데뷔쇼 이기 때문이다.

 

당초 9월초에 열기로 했던 노동자 대표자회를 말일이 다 되어 연 것 또한 쇼 준비가 미흡해 연기했던 것 같다. 2만명의 병력이 참가하는 열병식 쇼에 완벽을 기하기 위해선 예정보다 시일이 더 소요됐던 모양이다. 당 대표자회 연기에 갖가지 억측이 무성했으나, 지금 생각하면 열병식 준비 때문이었던 게 거의 확실하다.

 

그런데 후진타오 중국 주석이 김정일·김정은 부자를 초청했다. 신화통신은 “새지도부 초청”이라고 했으나, 부자 세습의 공식 승인을 대외에 과시하는 것이다. 중국은 북녘의 광업권 등 기득권 보호와 자국의 동북아정략 실리를 위해 세계적인 3대 세습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평양정권을 적극 옹호하는 입장이다.

 

이상한 것은 세습 시나리오가 급박하게 짜인 사실이다. 김정일이 권력 실세가 되는 데는 김일성 후계자로 공인 되고도 10여년이 걸렸다. 헌데, 김정은은 김정일 후계자로 공인된지 불과 10여일 만에 전례없는 데뷔 군사퍼레이드와 함께 권력서열 6위로 떠올랐다.

 

김정일의 건강이 그만큼 좋지 않아 서두르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성립된다. 만약의 경우, 김정일 유고로 김정은이 집권을 하면 한반도 정세가 더 불안해진다. “북한 군부가 김정은을 과연 후계자로 받아들여 성공적으로 승계될지 의심스럽다”는 것은 한스 모드로 전 동독 총리의 말이다. 그는 동독의 마지막 총리였다.

 

김정일 부재시 평양정권이 빚는 정정 불안은 두가지 요인이 된다. 정권 붕괴가 아니면 대남 도발이다. 올해 82세의 모드로 전 동독 총리는 이런말을 한적이 있다. “(1989년 11월) 베를린 장벽이 그처럼 일찍 무너질지는 정말 몰랐었다”고 했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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