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호세광산의 인간애

지하 700m 갱도, 생각만 해도 답답하다. 이 갱도가 무너졌으니 상상만 해도 숨이 막힌다. 죽음만이 있을 뿐이다.

 

이런 절망에서 희망을 살린 칠레 산호세광산 광부의 대역전 드라마는 인간애의 극치다. 전세계가 감동했다. 세계언론은 그동안의 온갖 얘기를 생생히 보도했다. 매몰된 70일간의 지상구조와 지하생활, 극적인 캡슐활동, 후일담 등….

 

죽을 뻔했던 33인의 광부는 영웅이 됐다. 영화 제작이 추진되고 수기 출판을 서두르기도 한다. 칠레는 이번 사고 수습으로 자신감에 차 있다. 어떤 어려움도 극복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칠레 조야에 충만해 있다.

 

산호세광산 구출작업에 모두 2천200만 달러가 들어갔다. 이 돈으로 33인의 인명을 구출할 수 있었다니 놀랍다. 효과면에서는 세기적 드라마로 몇백 배의 효과가 있다.

 

단 한 명의 광부를 살리기 위해 16일 동안 사투를 벌인 것이 46년 전의 충남 청양군 남양면 구봉광산 붕괴 사고다. 언론들 또한 매일 주요 기사로 다뤄 취재경쟁이 뜨거웠다. 막판 무렵 그날밤 구조가 될 것으로 예측, 조간에 구출됐다고 보도한 K신문이 오보를 내기도 했다. 예측이 빗나갔던 것으로, 그만큼 구출작업이 어려웠었다. 마침내 구출된 양 모씨는 유명해져 한동안 지방 콩쿠르의 심사를 맡는 등 명사 대접을 받았다.

 

단 한 명의 인명을 그처럼 나라 안 언론이 온통 관심을 가졌던 것 또한 인간 사랑으로, 생명의 존엄성을 존중했기 때문이다. 생명은 아무리 하찮은 이름 모를 벌레일지라도 신비하기가 외경스러울 정도다. 하물며 인간의 생명이야 더 말할 것이 없다.

 

이번 역시 온 세계의 이목이 산호세광산에 쏠린 것은 인간애의 관심이다. 구출한 것도 그렇지만, 따지면 구출된 것도 인간애의 하모니다. 인간애로 서로 뭉쳐 지냈기 때문에 살 수가 있었던 것이다.

 

인간애는 인간 본연의 심성으로, 인간의 인간다움이 곧 인성이다. 사람이 인성을 지닐 땐 아름답고, 인성을 잃을 땐 추해진다. 칠레 산호세광산의 기적은 우리에게 인간애의 인성을 일깨워준 점에서 값지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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