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대학교 국어문화원이 564돌 한글날을 기념해 부산지역 간판을 조사해 예쁘고 아름다운 순우리말 가게 이름 다섯개를 선정, 발표했다. ‘그릇에 넘치도록 담은 것이 많다’는 뜻의 부사인 ‘안다미로’ 음식점, ‘어떤 일이 있어도 세상의 중심이 되어’라는 뜻의 순우리말인 ‘가온누리’ 언어심리치료실, ‘별똥에서 딱 한잔’ 술집, ‘빨간 병아리’ 닭집, ‘나무그네’ 아동복전문집이 그 이름들이다.
국적도 잘 알 수 없는 이상한 이름의 간판이 즐비한 요즘 우리 말과 한글의 아름다움을 깨우쳐주는 동아대 국어문화원의 활동은 시사하는 바 크다.
어린이들의 생각도 뛰어나다. 5년 전 중앙일보의 초등 논술방 ‘우리들의 수다’에 초등학생들이 올린 ‘행복을 주는 이름’이 기억난다. “‘고아원’을 ‘천사원’으로 바꾸어 고아들에게 천사같은 맑은 영혼을 주고 싶다. ‘양로원’을 ‘우정원’으로 바꾸어 혼자 사는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더 이상은 혼자가 아니라는 마음을 드리고 싶다. ‘자폐아’를 ‘꿈꾸는 아이’로 바꾸고 싶다. 이 이름엔 자폐가 있지만 꿈을 가진 아이가 되어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라는 내용이다. 당시 을지초등학교 4학년 김진영 어린이의 주장이다. 어린이가 상상할 수 있는 재기발랄한 의견과 이유를 적절히 들었다. 전혀 엉뚱하거나 먼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들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하는 ‘행복을 주는 이름’들인데 아직 그렇게 바뀌지는 않았다.
전남 고흥의 두원농협 조합장 송기두씨의 제언도 공감을 준다. 일부 농산물의 이름이 좋지 않다고 지적하고 대표적인 예로 호박을 들었다. ‘애호박’은 아직 크지 않고 부드럽고 작은 호박을 뜻하는데 애호박보다는 ‘풋호박’이 어울린다는 의견을 내놨다. 애호박의 반대 표현인 ‘늙은호박’은 ‘익은호박’이 제격이라고 하였다. 가을철 노랗고 보기좋게 익은 호박을 나이들어 기력이 없고 영양분도 없어 보이는 듯한 늙은호박은 적절치 않다는 제언이다. 호박 주산지인 고흥 두원면 농협조합장다운 발상이다. 뜻 깊고 아름다운 우리 말을 앞으로 많이 사용해야 된다.
수원시 세류동(細柳洞)은 원래 ‘버드내’, 이목동(梨木洞 )은 ‘배나무골’이었다. 임병호 논설위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