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설

노태우 대통령에 이어 김영상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을 앞두고 있었을 때다. “이제 7공 정권이 들어서면…” 하는 이가 있었다. 사회적 신분이 상당했던 사람이다. 그는 대통령이 바뀌면 공화국 기수도 달라지는 것으로 잘못 안 것이다. 헌정사상 몇 공화국 하는 기수가 헌법이 정한 정체를 준하는 것은 상식이다.

 

현행 헌법은 1987년 10월29일 8차에 걸쳐 개정된 것이다. 그러니까 지금도 노태우 정권과 같은 제 6공화국이다. 굳이 구분하자면 6공1기(노태우 정권), 2기(김영삼 정권), 3기(김대중 정권), 4기(노무현 정권), 5기(이명박 정권)로 분류하겠으나 별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1948년 7월12일 건국 헌법이 제정된 이후 여덟 번의 개헌이 있었으므로 모두 9개의 헌법이 있었다. 이 가운데 최장수를 누리는 게 현행 헌법으로 23년이다. 1948년 8월15일 건국 이래 1987년 8차 개헌까지의 평균 수명 4년9개월과는 비교가 안된다.

 

이래서인지 가끔씩 개헌론이 고개를 든다.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가 엊그제 “G20회의가 끝난 후 개헌을 공론화하겠다”고 말했다. 개헌은 청와대 측도 원한다. 민주당 측 또한 여권의 정략적 의도가 배제되면 논의해 보겠다는 입장이다.

 

궁금한 것은 뭘 개헌하느냐는 것이다. 전에 간헐적으로 나왔던 것은 대통령의 5년 단임제에서 4년 중임제 복귀설이다. 이외엔 뚜렷한 대안 제시 없이 그냥 개헌을 들먹인다.

 

대통령 임기의 현행 5년 단임제도 나쁜 것은 아니다. 좋은 점도 있다. 4년 중임제 역시 좋은 점도 있지만 나쁜 점 또한 있다. 요컨대 운용의 묘가 중요하다. 개헌론자들 속셈은 권력 구조 개편을 둔 동상이몽일 가능성이 높다. 이 밖에 국민의 권리와 의무나 경제조항을 만약 섣불리 잘못 손대다가는 재앙을 초래한다.

 

이권의 개헌 논의 발표가 현명한 것 같지 않다. 무엇보다 개헌의 필요성은 국민사회가 인식하고 있지 않다. 정치권 편의를 위한 개헌은 국력 소모다. 먹고 살기에 바쁜 서민층더러 개헌 찬반 투표를 하라고 하면, 아마 다대수가 생뚱맞게 여길 것이다. 헌법이 잘못되어 정치가 이 모양인 것은 아니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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