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번이라고도 하는 번지는 토지에 매긴 번호다. 표기에 예를 들면 100의 3이라 하고, 100-3으로 쓰기도 한다. 그러나 100의 3번지라고 하는 것은 잘못이다. 법률상 100번지의 3호가 정답이다.
대부분의 지번도를 보면 꽤나 복잡하다. 번지수 찾기가 종잡기 어려운 게 많다. 지번이 차례로 매겨있지 않고 건너 뛰거나 엉뚱한 곳에 있기가 예사다. 번지만 해도 이러한 터에 호수 또한 찾기 어렵게 배열됐다. 호수 역시 가령 100의 20 등으로 으레 같은 지번에서도 광범위하게 분활됐다.
지번의 시작은 불행한 역사다. 1910 년 일제 강점 후 식민지 수탈정책의 일환으로 실시됐다. 지번은 문자 그대로 토지에 대한 개념이다.
이에 비해 건물에 대한 개념이 도로명주소다. 이미 도로명과 건물번호 안내판 등이 정비됐다. 행정안전부는 오는 2012년 1월1일부터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본격 시행한다고 한다. 주민등록부도 도로명 주소를 쓰고, 주민등록증 신규 발급이나 분실 재발급에도 도로명 주소를 기입하는 등 주소의 행정체계를 바꾼다는 것이다.
체계적인 도로명 주소가, 왔다갔다하는 지번 주소보다 주소지 찾기가 더 쉬운 것은 사실이다. 행안부의 순찰차 출동 시범운영 결과 지번주소보다 도로명 주소가 약 30% 포인트 앞섰다는 것이다.
주소 개편에 3천582억원이 투입됐다. 그러나 주소지 찾기가 더 쉬워진 유류비 시간낭비 예방으로 절감되는 연간 이익이 금액으로 따져 4조3천억원 상당이라는 것이 행안부의 추정치다.
그러나 도로명주소는 생활편익 위주에 그친다. 재산보호 장치는 여전히 지번 주소에 의존한다. 땅만이 아니라 건물을 포함한 부동산은 계속해서 지번으로 처리된다. 지번제를 바꾸면 약 100년 동안 이어온 부동산 소유권 행사에 일대 혼란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지번제를 도로명제로 완전히 바꾸지 못하는 원인 또한 일제의 식민지 잔재다. 주소지의 이원화가 불가피 하다. 토지 중심의 지번제와 건물 중심의 도로명제를 병행하는 주소지 체계가 불편이 없도록 지속적인 연구가 있어야 할 것이다.
임양은 본사 주필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