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을 ‘걸어 다니는 황금’이라 부르며 상품처럼 사고파는 게 이른바 ‘납치산업’이다. 납치산업 발생 지역도 확대되고 있는 중이다. 중남미와 소말리아는 물론 나이지리아, 모리셔스, 콩고민주공화국,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예멘, 파키스탄, 필리핀 등이 급부상했다.
관련 산업도 급성장했다. 몸값을 대신 지급하는 보험회사가 생겼고, 고액을 받아내는 협상전문가, 변호사 등이 호황을 누릴 정도다. 그래서인지 납치사건은 매년 증가한다. 멕시코에서는 2008년에만 7천명 이상 납치됐고, 나이지리아에선 납치사건이 지난해 1천건 이상 발생했다. 전 세게적으로 매년 적어도 1만2천명이 납치된다.
납치범에게 지불하는 몸값도 갈수록 커진다. 나이지리아 경찰은 2006~2008년 남치범에게 지불된 몸값 규모가 1억 달러가 넘을 것으로 추산했다. 북아프리카에선 알카에다와 연계된 이슬람 마그레브 알카에다(AQUIM)가 외국인 납치 산업에 뛰어들면서 연간 약 2억 달러를 벌고 있다고 한다.
몸값을 올린 주범은 소말리아 해적들이다. 과거 해적들이 요구하던 몸값은 1인당 150만 달러였지만 지금은 300만 달러로 두배나 뛰었다. 선박의 경우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나이지리아의 경우 외국인 1인당 20만 달러를 요구하지만 선박은 300만 달러에서 700만 달러를 제시한다.
케냐 연안에서 조업 중이던 한국 어선 ‘금미305호’가 소말리아 해적에게 지난 17일경 또 납치됐는데 국내가 조용한 게 이상하다.
올 4월 한국인 5명이 승선한 원유운반선 삼호드림호가 피랍된 지 6개월 반이 지나도록 석방교섭이 진전이 없는 상태에서 한국인 2명과 중국인 2명, 케냐인 39명이 탄 금미305호가 납치돼 큰 걱정이다. 한국 선적이거나 한국인이 탄 선박이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된 사건만 이로써 7건으로 늘었다.
2008년 10월 국제사회의 무력 개입을 허용하는 유엔 안보리 결의 1838호가 채택되면서 한국 등 27개국이 함정을 파견했는데도 올 7월 현재 22척의 선박과 387명의 선원이 억류돼 있을 정도로 여전히 해적이 횡행한다. 국제사회의 공동 대응에도 해적들의 납치산업이 근절되지 않는 것도 큰일이지만 정부도 무정하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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