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 - 김기택

구멍의 어둠 속에 정적의 숨죽임 뒤에

 

불안은 두근거리고 있다

 

사람이나 고양이의 잠을 깨울

 

가볍고 요란한 소리들은 깡통 속에

 

양동이 속에 대야 속에 항상 숨어 있다

 

어둠은 편안하고 안전하지만 굶주림이 있는 곳

 

몽둥이와 덫이 있는 대낮을 지나

 

주린 위장을 끌어당기는 냄새를 향하여

 

걸음은 공기를 밟듯 나아간다

 

꾸역꾸역 굶주림 속으로 들어오는 비누 조각

 

비닐봉지 향기로운 쥐약이 붙어 있는 밥알들

 

거품을 물고 떨며 죽을 때까지 그칠 줄 모르는

 

아아 황홀하고 불안한 식욕

 

밥의 길목에 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세상에 그냥 거저 들어오는 밥은 없다. 밥을 버는 노동의 공력만큼이나 남의 밥을 훔쳐 먹는 것 또한 저토록 신경을 말린다. 곳곳에 지뢰처럼 매설된 덫이, 향기로운 쥐약이, 몽둥이가 언제 어디서 생의 발목을 잡을지 모른다. 세콤으로 겹겹이 안전장치를 해놓고도 불안한 밥의 주인만큼이나 불안한 밥이 생사의 아슬한 경계에 놓여있다. 숨겨진 밥이 주린 위장을 끌어당기는 저 황홀하고도 위험천만한 밥의 길 끝에 결국 죽음이 있다. 모두들 그때까지 조심조심 밥을 향해 나아간다.  (이덕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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