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 90도 인사법

한글로는 최경례이고, 한문으로는 最敬禮다. 일본말로는 사이게이례다. ‘가장 존경하는 뜻으로 정중히 경례함’ 또는 ‘가장 존경하는 뜻으로 허리를 많이 굽혀 공손히 하는 경례’란 것은 국어사전 낱말 풀이다.

 

그러나 일본말의 사이게이례는 다르다. 허리를 90도로 굽히는 인사법이다. 그리고 사이게이례의 대상은 어디까지나 일본 국왕 부부에 국한한다. 국왕 부처외에는 내각의 총리대신에게도 사이게이례를 하지 않는다. 국왕을 직접 대면하지 않고 왕궁인 니주바시(二重橋)를 지나면서 절을 해도 역시 사이게이례를 하는 것이 일본의 예절 법도다.

 

국어사전이 최경례를 일본의 사이게이례처럼 허리를 90도로 굽힌다 하지 않고, 다만 ‘허리를 많이 굽혀 공손히 하는 경례’라고 한 것은 우리에겐 90도 인사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90도 인사법이 나왔다. 서울 은평을 7·28 재보선에서 당선된 한나라당 이재오 의원이 당선 직후부터 90도 인사법을 하고 있어 화제가 됐다. 말인 즉슨 과거를 반성한다는 것이다.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에게 처음 시작한 90도 인사법을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 김영삼 전 대통령, 친박계 여의도 포럼 이경재 의원, 손학규 민주당 대표에 이어 조계종 자승 총무원장에게 잇따라 했다. 허리를 완전히 90도로 꺾으면서 상대의 손을 자신의 두손으로 모아 감싸는 그의 인사법은 정중함이 넘쳐 과공비례를 연상케한다.

 

아니나 다를까 자승 총무원장이 한마디 했다. “고개를 너무 많이 숙이면 눈을 볼 수 없어 뭔가 숨겨져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수도 있다”면서 45도만 숙일 것을 권했다.

 

이재오 의원은 재보선 후 특위장관이 되었다. 그의 90도 인사법이 여전히 계속될 것인지 여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한가지 숨기는 것은 있을지 모른다. 킹 메이커는 별명이다. MB를 대통령에 당선시킨 일등공신이다. 또 누구의 킹 메이커가 될 것인가에 정가의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근래들어 누군가 보단, 자신이 직접 나설 것으로 보는 관측이 유력해지고 있다.

 

그러고 보면 이재오 의원의 90도 인사속엔 차기 대권 구도가 담겨져 있다는 해석이 나올 법 하다. 최경례 의미가 뭔지 두고 볼 일이다.   임양은 본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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