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전에 형제들 만나다니…”

2차 이산가족 상봉 앞둔 성남 ‘안장훈 옹’

“일주일 후 다시 보자” 배 탔다 가족과 60년 생이별

 

“일주일 후에 다시 보자고 헤어져 60년만에 보게 될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남북이산가족 1차상봉 마지막 날인 1일 안장훈씨(74·성남시 야탑동)는 이산가족들의 눈물의 이별 장면을 TV를 통해 지켜보며 가슴 아파하면서도 오는 3일 만나게 될 형님과 동생들 생각에 60년 전 14세 소년시절로 되돌아 갔다.

 

안씨는 지난 1950년 12월 인민군의 징집을 피하기 위해 아버지·삼촌과 함께 황해도 초도라는 섬에서 일주일만 몸을 숨길 요량으로 배를 탔다가 60년간 어머니·형제들과 생이별하게 됐다.

 

당시 아버지는 두살 위의 형님 장민씨(76)를 데려가려 했으나 장민씨가 집에 남기를 원해 둘째인 장훈씨가 피난민들로 가득찬 배를 탔다.

 

초도에서 내리려 했던 이들은 수많은 피난인파로 인해 초도에서 내리지 못하고 백령도와 인천을 지나 결국 군산에서 하선한 뒤 60년간 고향땅에 가지 못하게 됐다.

 

안씨는 10여년 전부터 대한적십자에 이산가족 상봉을 신청했으나 죽기전에 형님과 동생들을 만날 차례가 돌아올 줄은 꿈도 꾸지 못했다고 한다.

 

북측 상봉자 명단에 포함된 형님 장민씨와 여동생 연숙씨(69)가 몸이 불편해 상봉장소에 나올 수 있을 지가 걱정이라는 안씨는 여동생 정숙씨가 건강하다는 대한적십자의 소식에 밝은 표정을 지었다.

 

안씨는 “명단에 조카의 이름이 있는 것을 보니 형님이 몸이 불편해 대신 나오는 것 같다”며 “형님과 10리 길을 함께 걸어 학교에 오가던 기억이 생생한데 꼭 한번 얼굴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형제들에게 줄 점퍼와 내의 등 선물 꾸러미를 꼼꼼하게 점검하던 안씨는 “통지서에는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막내 장권이가 세상을 떠난 것으로 돼 있는데 가족들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몹시 궁금하다”며 “지난해 돌아가신 삼촌을 생각하면 안타깝다. 살아서 가족들을 만나게 된 것만으로도 너무나 감사한 일이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경기지역에서는 북에 두고 온 자식을 만나게 될 91세의 최고령 이승용옹(고양시 화전동)을 비롯해 31명의 이산가족들이 가족들과 상봉하게 된다.  최원재기자 chwj74@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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