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어선

백령도 근해는 공해도 아니고 영해다. 백령도 어민들이 겪는 중국어선의 횡포는 집마당에서 당하는 폭력이다. 중국어선이 떼를 지어 백령도 근해에서 불법 조업하기가 예사다. 우리 어민들이 쳐놓은 정치망을 걷어가는 등 그 행패가 가히 해적 수준이다.

 

우리 어민들이 못들어가는 북방한계선(NLL) 등 어로저지선을 중국어선들은 맘대로 드나들며 조업하는 것은 그런다 쳐도, 우리 어민들에게 중국어선이 직접 입히는 폐해는 참다가도 분통이 터지는 노릇이다.

 

며칠전 우리 어민이 또 기막힌 변을 당했다. 백령도 연지어촌계장이 쳐놓은 꽃게잡이 박통 50개를 송두리 째 도둑 맞았다. 잡아 올릴 꽃게는 빼고 어구만해도 시가가 500만원대다. 다른 어촌계원들도 같은 변을 당했다.

 

이 도둑이 또한 중국어선이다. 강풍주의보를 피해 백령도 등지에 피항했던 중국어선 300여척이 돌아가면서 이런 몹쓸짓을 했다. 태풍을 피해 무사히 돌아가는 것도 고마워해야 할 판에 도둑질까지 해갔다. 피해 어선 42척에 어구 피해 5억7천만원, 조업 손실액이 10억원에 이른다는 것은 어제 본지에 보도된 내용이다.

 

중국어선이 조업해상에서만이 아니고, 이젠 피항해 손님으로 왔다가 돌아가면서까지 도둑질을 일삼으니 도둑을 끼고 사는 셈이다. 이에 어민들이 중국어선의 불법행위 근절 대책과 함께 피해보상을 농림수산식품부에 진정했다고 한다.

 

도대체 나라에선 뭘 하는지 모르겠다. 역대 정권이 다 이 모양이다. 우리 영해에서 우리 어민들 하나 제대로 보호해 주지 못한다면 어떻게 나라있는 백성이라 할 수 있는 지 참으로 한심하다. 중국어선의 서해상 횡포, 특히 백령도 근해의 만행은 외교문제화 할 만 하다. 한데, 일언반구 있었다는 말을 듣지 못했다.

 

평양정권을 의식해 중국의 비위를 거스리지 않으려고 그러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그렇지, 자국 어민이 중국어선에 이리 당하고 저리 당해도 팔짱만 끼고 있는 정부를 어민들 입장에선 정부라 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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