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람쥐 밥 도토리

임병호 논설위원 bhl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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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토리는 떡갈나무, 갈참나무, 줄참나무, 상수리나무와 같은 참나무종류의 열매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상실(橡實)이라고도 한다. 안에 녹말이 많아 묵을 만들어 먹는다. 예로부터 가뭄이나 흉작에 의해 먹을 것이 귀해졌을 때 쌀과 보리 등의 주식을 대체하거나 보조할 구황(救荒·기근 때 굶주림을 면하도록 주는 곡식의 북한어)을 위한 대표적인 양식으로 많이 사용됐다. 특히 평소에도 먹기가 좋아 인기가 있었으며 조선 시대엔 평년에도 미리 수집을 하여 비축토록 하였다. ‘본초강목’에 흉년에는 산사람들이 밥을 해 먹거나 찧어서 가루로 먹었으며 풍년에는 돼지에게 주었다고 전한다.

 

잘 익은 도토리의 경우 보관을 잘 하면 수십 년이 지나도 사용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를 위해 조정에서 소나무가 잘 자라지 못하는 산에 잣나무와 도토리 나무를 심는 것을 장려하기도 했다.

 

‘동의보감’에서는 도토리가 성질이 따뜻하고 맛은 쓰고 떫으며 독이 없다고 하였다. 설사와 이질 등을 낫게 하고 장과 위를 든든하게 하여 몸에 살을 오르게 한다고 기록됐다.

 

도토리에 관한 관용구와 속담도 재밌다. ‘도토리 키재기’는 정도가 고만고만한 사람들이 서로 다툼을 이르는 말이다. ‘도토리는 벌방(벌) 내려다보면서 열린다’는 말은 농사가 잘 되는 때에는 도토리도 많이 열림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북한 속담이다.

 

“떼굴떼굴 도토리가 어디서 왔나 / 단풍잎 곱게 물든 산골짝에서 왔지 / 떼굴떼굴 도토리가 어디서 왔나 / 깊은 산골 종소리 듣고 있다가 왔지 / 떼굴떼굴 도토리가 어디서 왔나 / 다람쥐 한 눈 팔 때 졸고 있다가 왔지” 같은 도토리를 그린 동요도 많다.

 

도토리는 사람만 먹는 열매가 아니다. “산골짝에 다람쥐 아기 다람쥐 / 도토리 점심 가지고 소풍을 간다 / 다람쥐야 다람쥐야 재주나 한 번 넘으렴 / 팔닥 팔닥 날도 참말 좋구나”란 동요처럼 다람쥐들이 특히 좋아한다. 겨울철 식량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산을 찾는 사람들이 도토리 생긴 게 귀여워 무심코 주머니에 넣고 간다. 사람들이 도토리를 주워가면 다람쥐의 먹을거리는 그만큼 줄어든다. 겨울철에 굶어 죽을지도 모른다. 묵을 쑤어 먹을 거라면 혹 몰라도 장난 삼아 도토리를 집에까지 갖고 올 일은 못 된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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